대법 “6·25때 납북 남편 땅, 南아내가 팔면 무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6일 03시 00분


‘北주민 재산권’ 인정

6·25전쟁 때 납북된 남편 명의 부동산을 남한에 남은 부인이 임의로 처분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951년 북한에 피랍된 이모 씨가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는데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졌다”며 남한에 있는 자신의 법정대리인을 통해 민모 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소유권말소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북한 주민의 남한 내 재산권을 인정한 것이다.

현재 북한 평남 평성시에 살고 있는 이 씨는 1977년 남한에 있던 부인 정모 씨의 신고로 법원에서 실종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이 씨는 2004년 7월 대한적십자사가 주관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금강산 온정각에서 아내와 딸과의 재회에 성공해 실종 선고가 취소됐다.

별다른 직업 없이 두 딸을 부양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정 씨는 경기 김포시 양촌면 일대 480m²(약 145평)의 남편 소유 땅을 1968년 친척 A 씨에게 팔았다. 이 땅은 A 씨가 숨진 뒤 자녀들에게 상속된 뒤 제3자에게 매각 처분되거나 김포시에 수용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씨는 2007년 1월 “아내 또는 A 씨에게 토지를 매도한 사실이 없는데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됐으므로 이 등기는 원인무효”라며 소송을 내 2008년 1월 승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원고가 납북된 상태에서 아내가 남편을 대리할 권한이 있었고 15년 동안 두 딸을 부양하며 어렵게 생활하다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점 등에서 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은 2009년 4월 다시 “17년간 연락이 두절돼 있던 이 씨가 매매계약에 대한 대리권을 정 씨에게 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이번 사건이 정당한 재산권자가 외국에 나가 있는 사이에 정당한 권한이 없는 사람이 임의로 재산을 매각한 것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문제의 토지를 산 사람들은 정 씨 등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식 등으로 토지 매입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올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염원섭)는 북한 주민 윤모 씨 등 4명이 남한에서 아버지와 결혼한 권모 씨와 이복형제·자매 등 5명을 상대로 낸 100억 원대 ‘소유권 이전등기’ 등 소송에서 ‘다툼이 있는 부동산 가운데 일부를 윤 씨 등의 소유로 하고, 일부 금액을 권 씨 등이 윤 씨 등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의 조정을 성립시킨 바 있다. 이 조정은 분단 이후 북한 주민의 남한 재산 상속권을 인정하는 첫 법원 판단이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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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추천 많은 댓글

  • 2011-12-26 11:41:04

    판돌이들의 현실 감각이 그렇지....그럼 6.25때 월남해온 실향민들의 땅은 여기 있는 사람의 소유라는걸 북에다 말좀해주쇼..

  • 2011-12-26 09:44:00

    점점 남한 재판소들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개판으로 돌아가는것 같다.

  • 2011-12-26 21:04:32

    납북 이전 남편명의 부인 매도 무효건은 분명 대법원 공권력 남용 월권판결이다. 분명하게 남편명의 재산은 부부공동재산으로 추정한다. 더욱 남편부재는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이씨가 북한에서 결혼을 했다면 당연 그것은 결혼무효이다. 지금 대한민국법의 효력이 미수복지구까지 미치는가? 대법에 묻고싶다. 이런 어거지 판결을 하는 법원을 우리 국민이 신롸할 수 있겠는가. 재속권은 자식으로 인정되는 이상은 상속소유권은 인정하는 것이 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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