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왕따자살’ 같은 학교서 7월에도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6일 03시 00분


급우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군이 다닌 대구 D중학교에서 올해 7월에도 친구의 괴롭힘 문제를 담임교사에게 알린 여학생이 학생들로부터 ‘고자질’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자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잇단 자살 사건 이후 이 학교 재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생 상당수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결과가 나와 세심한 지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A 군은 자살 하루 전 어머니 휴대전화에 입력된 자신의 전화번호를 삭제했다. 경찰은 “자신을 잊고 남은 가족은 행복하게 살아달라는 의미에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 (영상) “물고문-목졸라 끌고다녀” 자살 청소년 유서 충격

○ 친구들 괴롭힘에 잇단 자살


올해 7월 이 학교 2학년 D 양은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괴롭힘당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담임교사에게 보냈다. 교사가 반 학생 전체를 훈계한 뒤 D 양이 교사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급우들에게 알려졌다. 몇몇 급우는 D 양에게 “네가 선생님에게 이야기했냐”고 묻는 일이 잦았다. D 양은 끝내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이 잇따르면서 이 학교 학생 3명 중 1명 이상은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교육청이 23일 이 학교 재학생 980명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조사한 결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35%(1학년 71명, 2학년 183명, 3학년 95명)였다. 특히 숨진 A 군과 같은 학년인 2학년은 55%로 1학년(22%)과 3학년(28%)의 두 배가량이나 됐다. 설문조사 이후 2학년 183명을 면접 상담한 결과 81명은 추가 상담이, 이 중 15명은 정신과 의사의 상담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 우려


A 군 등 학생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 학교에는 베르테르 효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고 이틀 뒤인 22일 이 학교 3학년 여학생이 “A 군의 자살 소식에 나도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했다. 인터넷에는 A 군의 유서에서 친한 친구로 나온 학생이 가해자로 잘못 알려지면서 “너도 죽어야 한다”는 등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받거나 개인 미니 홈페이지에 악성 댓글이 잇따라 오르는 등 학생들이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 인터넷 게임이 부른 불행


숨진 A 군과 가해자 B 군은 초등학교 때 친한 사이였다.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 돼 가장 친한 친구로 지냈다. 하지만 인터넷 게임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B 군은 인터넷 게임을 자기보다 잘하는 A 군에게 게임아이템을 키워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 군이 게임을 하던 중 B 군의 게임아이템이 해킹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B군은 이를 빌미로 10월 중순부터 두 달여 동안 A 군을 39차례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경찰조사 결과 A 군은 유서에 나온 것보다 더 심한 가혹행위를 당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A 군에게 라이터 가스를 코에 대고 맡게 한 것은 물론 커터로 A 군의 손목도 그었다. 경찰은 또 가해 학생들이 물고문을 하고 라디오 선을 목에 묶어 끌고 다니며 과자부스러기를 먹였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서로 상대방이 했다고 주장해 25일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했다. 또 A 군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에서 D중학교 학생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허위정보를 올린 누리꾼도 수사 중이다.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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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1-12-26 11:54:45

    담임교사는 교사로서 재질이 부족했습니다. 그저 조퇴만 시키고 학업만 달성하면 끝이라는 교육의 끝을 보여주는군요. 당장 교원 영구 퇴출해야됩니다. 교장도 옷 벗어야되고 시 교육감은 이 사건에 책임을 줘야 됩니다. 또한 가해자 아이들은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군요. 이게 정상입니까? 사람 죽이고 반성의 기미는 커녕 오리발 쳐 내밀고 처벌해야 기껏 학생이라 솜방망이 피해자 부모는 이걸 평생 껴앉고 가야됩니다. 앞으로 청소년 범죄는부모가 처벌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미워하는 일본이지만, 일본에서 시행하는 청소년 법조항을 좀 보고 배웠으면 합니다.

  • 2011-12-26 09:09:47

    이 학교의 문제는 학교장의 해임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해당지역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서 지역 정서를 바로 세우는 향토정신 운동이 일어나도록하고, 정부에선 특히 중학교는 학력보다 인성교육에 중심을 두는대대적 교육혁신 운동이 일어나도록 지원해야 한다.

  • 2011-12-26 11:50:04

    남학생의 죽음도 끔직하지만 왕따 고발을 이유로 자살한 여학생도 그에 못지 않게 끔직한 일이다. 세상에!! 친구의 왕따를 방지하려 담임에게 말한 학생을 다른 것들이 괴롭히다니... 이것들이 사람들이냐... 대구에 짐승같은 것들이 그 학교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런 학생들의 부모들이다. 총칼로 쿠데타를 일으키는 깡패들을 우상시하고 경북의 일부 것들은 전두환 동상을 세우자고 한단다. 한탕 제대로 해먹으면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무지한 경북인들은 그들의 피가 빨리는 것도 모르고 극소수 자기지역 놈들이 나라를 망치건 말건 무조건 지지표를 던진다. 대구를 포함해 경북 사람들은 정말로 스스로를 숙고하고, 전체적으로 다시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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