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대형서점서 2년 7개월간 3억어치 책 훔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416회 ‘슬쩍’… 반값으로 헌책방에 팔아

책벌레도 아닌 송모 씨(39)가 2009년 4월부터 일주일에 서너 번씩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에 있는 교보문고로 출근했다. 서가를 둘러보던 송 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권당 3만5000원인 노동법 서적과 수험서 몇 권을 점퍼에 찔러 넣고 가방 속에도 담았다. 그는 1회 평균 10권 정도를 훔쳤다. 송 씨는 서가와 지하주차장을 오가며 훔친 책을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 트렁크에 실었다. 그가 이런 수법으로 지난달까지 2년 7개월 동안 교보문고 광화문점 강남점 영등포점을 돌며 416회 동안 훔친 서적은 시가 3억 원에 이른다.

감쪽같던 송 씨의 범행은 눈썰미 뛰어난 보안요원에게 발각됐다. 송 씨가 입은 점퍼의 등 부분이 불룩 솟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보안요원이 지난달 8일 서점을 빠져나가는 송 씨를 붙잡은 것. 서울 종로경찰서는 22일 상습절도 혐의로 송 씨를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송 씨는 훔친 책의 교보문고 고무도장 자국을 락스로 지운 뒤 반값만 받고 관악구 신림동의 한 중고서점에 판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중고서점 주인은 2∼3일에 한 번씩 현금 수십만 원을 송 씨의 계좌로 입금했다”며 “송 씨에게 교보문고는 연봉 5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 직장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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