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中어선 깡패조업 활개치는데… 기름없어 단속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 서해 어업지도선 연료부족… 올 예산 55억 이미 바닥

“우리 황금어장에서 불법조업 중국 어선이 가장 기승을 부릴 시기인데 기름이 없어 단속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27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남항부두.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15호가 정박돼 있다. 이 선박은 올해 서해바다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 31척을 나포했다. 올해 서해어업관리단이 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170척을 단속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무궁화15호는 28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 서쪽 EEZ에서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러 나갈 계획이었으나 포기했다. 중국 명절인 춘제(春節)를 앞두고 중국어선 불법 조업이 가장 기승을 부릴 상황에서 무궁화15호는 왜 단속을 포기했을까. ‘기름이 부족하다’는 황당한 이유 때문이다. 1200t급인 무궁화15호는 연료유를 최고 50만 L를 채울 수 있다. 통상적으로 30만∼40만 L를 채우고 운항을 해야 선박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기름 탱크가 선박의 5분의 1 정도 부피를 차지해 균형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균형을 잡는 연료가 없으면 고속운항도 불가능하다.

현재 무궁화15호에 남아있는 연료는 7만 L(14%) 수준이다. 균형은커녕 EEZ 먼 바다까지 운항하다 기름이 떨어질 상황에 직면할 처지가 됐다. 무궁화31호 등 다른 어업지도선도 연료 부족으로 단속을 포기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평소 탱크의 60∼70%를 채우던 연료를 30% 정도 넣고 단속에 나서고 있다. 적극적인 활동이나 고속운항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어업지도선의 연료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것은 예산부족 탓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동·서해어업관리단에 연료 예산 140억 원을 책정했다. 서해어업관리단은 55억 원을 배당받았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에다 어업지도선이 EEZ 내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적극 단속하면서 예상 밖으로 예산이 빨리 소진됐다.

서해어업관리단은 내년 예산 60억 원으로 어업지도선 연료유를 조기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어업지도선 연료유는 빨라야 내년 1월 초순, 늦으면 같은 달 중순에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거도 어민 김모 씨(58)는 “우리 황금어장에서 불법조업 중국 어선이 기승을 부리는데 어업지도선이 기름이 없어 단속을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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