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홍도 영산도 청정바다가 기상악화로 떼를 지어 피항한 중국 어선에서 버린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피항하는 중국 어선들의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8일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주민들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이 한 해 평균 10차례 정도 가거도 1구 항구로 피항한다. 중국 어선들은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을 하다 기상악화로 피항하는 것이다. 가거도는 주민이 512명에 불과한 국토 최서남단에 자리한 섬이다.
피항한 중국 어선들이 날씨가 좋아져 돌아간 뒤 1구 항구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임세균 어촌계장(56)은 “중국 어선들이 기상 악화로 피항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제발 쓰레기 해상 투기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피항한 중국 어선들이 어구 및 고정 닻을 부수거나 밀입국 경로가 되는 경우도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흑산면 홍도도 피항한 중국 어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홍도로 피항한 중국 어선들은 인가에서 떨어진 양세항에 정박한다. 주민들은 한 달에 두 번꼴로 양세항 주변 등에서 해상쓰레기 수거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 번 수거한 해상 쓰레기 양은 10∼20t이다. 김영재 홍도 청년회장(35)은 “수거하는 쓰레기 절반 정도는 피항한 중국 어선들이 버린 폐그물이나 음식물, 부표”라며 “기상악화로 피항하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이들이 버린 쓰레기로 해양오염을 넘어 섬 인근 어족자원도 고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얼마 전 홍도에서 발생한 산불도 중국 어민이 동지를 맞아 신호탄으로 폭죽놀이를 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홍도 주민들도 피항한 중국 어선들이 어구나 고정 닻을 부수는 등 각종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 흑산면 영산도도 중국 어선들의 주요 피항지 중 한 곳이다.
중국 어선들은 기상악화 상황에서는 한중수색구조협정과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가거도 홍도 영산도로 피항할 수 있다. 목포해경은 연간 피항하는 중국 어선이 가거도 1000척, 홍도 500척, 영산도 500척 등 모두 2000척 규모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중국 어선들이 한 해 평균 10번 정도 피항하고 한 번 피항하는 어선 규모도 200∼1000척 수준이라고 밝혔다. 가거도의 한 주민은 “중국 어선의 피항지가 인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해경 파출소나 경비함, 레이더기지에서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거도 및 홍도 주민들은 “피항한 중국 어선의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피항지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현황 파악 등 관리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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