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판에 박힌 여행 말고 ‘창조투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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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 경영학자 손동원 교수 여행서

인하대 손동원 교수(오른쪽)가 가족과 함께 유럽 6개국 학습테마여행을 한 경험을 토대로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창조투어’를 제안했다. 다인아트 제공
인하대 손동원 교수(오른쪽)가 가족과 함께 유럽 6개국 학습테마여행을 한 경험을 토대로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창조투어’를 제안했다. 다인아트 제공
“유럽 여행을 떠나기 6개월 전부터 아이들에게 여행할 국가의 영웅이나 나라를 소개한 만화와 책을 열심히 읽도록 했어요. 저와 아내는 방문지와 관련된 인문, 문학, 과학지식을 정리하고 인터넷 웹 서핑도 엄청나게 했지요.”

인하대 손동원 교수(50·경영학과)가 아내, 초등학생 두 자녀와 함께 유럽 6개국을 25일간 돌아본 학습테마여행을 ‘자녀의 창의성을 살리는 창조투어’(도서출판 다인아트)라는 책으로 펴냈다. 겨울방학을 맞아 여행을 ‘길 위의 학교’로 삼으려는 가족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뜻도 담았다.

창조투어는 17∼19세기 유럽 상류층에서 유행했던 문학기행인 ‘그랜드투어’에서 착안해 자녀와 교육적인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랜드투어에서는 전문지식을 지닌 가정교사가 명문가 자제와 동반했지만, 창조투어에선 부모가 가정교사를 대신했다. 손 교수의 아내 곽미영 씨(46)는 서양 복식사를 전공한 박사이기 때문에 창조투어에서 문학, 미술 분야의 지식을 전하는 ‘가정교사’ 역할을 했다.

여행지를 유럽으로 선택한 것은 세계적인 박물관이 많아서 자녀들에게 인문적 상상력을 자극하기 좋다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손 교수 가족은 2009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6개국 16개 도시를 다녀왔다.

배낭여행객처럼 민박, 유스호스텔 등 중저가 숙소에서 잠을 자고 철도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박물관을 제일 많이 찾았고 미술관, 유명 과학자 실험실, 대학, 성당 등이 주 여행 코스였다. 도심에선 걷는 시간이 많아 하루 평균 6∼10km 걸었다. 그래서 샌드위치와 같은 ‘거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때가 많았다.

두 자녀가 여행 당시 쓴 ‘선우 일기’와 ‘준열 일기’는 날짜별로 책에 실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소설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 소녀가 일기를 썼던 ‘안네 프랑크 하우스’와 ‘렘브란트 미술관’을 갔던 날 준열 군(당시 초등학교 3년)은 “안네가 불쌍했다. 1년만 더 살았으면 전쟁(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 살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손 교수 가족은 영국에선 과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7)과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1881∼1955)의 과학실험실 등 일반 관광객이 별로 찾지 않는 학습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손 교수는 “알고 있는 지식이라도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도록 눈높이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창조투어’를 세 가지 원리로 정리했다. “부모와 자녀가 동행하는 학습여행이 창조투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인문의 융합을 시도해야 하고, 경험 학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행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창조투어 성공 십계명을 제시했다. 부모는 창조투어를 이끄는 가이드로서 여행과정을 자녀와 같이 연구하고, 자녀에게 역할을 부여할 것 등이다. 그는 “바쁜 일상 때문에 책을 내는 데 2년이나 걸렸다”며 “가족여행은 앞으로도 창조투어 형태를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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