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김보경 웅진씽크빅 단행본 지식하우스 대표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좋은 글’ 알아보는 안목, 신문읽기 통해 키워

김보경 대표
김보경 대표
책 만드는 편집자라고 하면 어떤 걸 잘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맞춤법을 잘 알아야 할까? 오탈자를 잘 잡아내도록 꼼꼼해야 할까? 저자들과 만나야 하니 사교성이 좋아야 하나? 나는 “좋은 글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그게 뭐 어려울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못 썼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잘 썼다고 칭찬하는 글이 있듯이, 내 눈에는 재미있는데 다른 사람이 읽으면 별로라는 책이 분명히 있다. 개인의 취향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편집자라면 “내 눈에는 그 원고 좋기만 하던데”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독자에게 꼭 필요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 단계는 그런 책이 될 수 있는 원고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이게 쉽지 않다.

좋은 글을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서는 명작이나 고전을 읽어도 좋지만 신문 읽기가 훨씬 더 효과가 크다. 첫째, 신문에는 ‘낭비하는 글’이 없다. 작은 지면의 기사라도 꼭 들어가야 할 정보가 있어야 하고, 감동도 불러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 저 작은 분량에 어떻게 저렇게 꼭 필요한 말을 다 담았는지 신기할 때가 있다. 신문을 오래 읽다 보면 밀도가 높은 글을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

둘째, 신문에서 ‘다양한 목적의 글’을 접할 수 있다. 독서는 편식할 수 있으나 신문은 그렇지 않다. 신문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말 걸기가 담겨 있다. 논리적인 사설, 감성적인 인터뷰, 고객을 유혹하는 광고까지. 같은 신문이라도 기사의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문체와 구성을 구사한다. 좋은 기사는 자기 목소리에 가장 잘 맞는 곡을 고를 줄 아는 가수와 닮았다. 좋은 책도 그렇다. 자기를 필요로 하는 독자가 가장 좋아하고 편안해하는 문체와 구성을 갖고 있다. 글의 내용과 스타일의 일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신문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다.

아주 오래전부터 편집자들은 신문에서 많은 것을 ‘훔쳐왔다’. 특집기사의 헤드라인에서 책의 제목을 가져온다. 화제의 인물 인터뷰에서 새로운 저자를 발견한다. 실제로 많은 책이 그렇게 탄생한다. 나도 신문기사의 제목을 슬쩍 숨겨뒀다가, 책의 제목으로 써먹었던 적이 있다.

신문 읽기는 책 만드는 이에게 글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줬다. 편집자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혹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쓰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신문 읽기를 통해 내공을 키우기를 권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