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자살후에도 가해학생은 “ㅋㅋㅋ”… 대구 중학생 2명 사전영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0일 03시 00분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자살한 대구 D중 A 군의 같은 반 친구들이 29일 학교에서 열린추모방학식에서 애도의 묵념을 올리고 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자살한 대구 D중 A 군의 같은 반 친구들이 29일 학교에서 열린추모방학식에서 애도의 묵념을 올리고 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부디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29일 오전 대구 동구 팔공산 자락 도림사 추모공원. 급우의 폭력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대구 D중 A 군(14)이 잠들어 있는 이곳에 담임 김모 교사(33)와 반 친구 3명이 찾아왔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친구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모습으로 봉안당 앞에 한동안 서 있었다고 전했다. 한 학생은 봉안당 안에 놓여 있는 A 군의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휴대전화로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모습이었다.

A 군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듯 한참 만에 묵념을 마친 학생들은 봉안당 유리를 만지며 “또 올게…”라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김 교사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등교해 교실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곤 하던 A 군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선명하게 떠오른다”며 “돌이켜보니 아이가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마음을 열도록 세심하게 껴안아 줬어야 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겨울방학에 들어간 D중학교는 ‘추모방학식’을 열었다. 교내 방송을 통해 추도문이 흘러나왔다.

[채널A 영상] 친구 자살뒤에도 “샘한테 혼나면 어쩌지ㅋㅋ”

“미처 피어 보지도 못하고 작별을 고한 우리 아이들. 너희들이 가는 길 선생님도 아프고 친구들도 가슴이 아프단다. …가서 편히 쉬어라. 이제 너희들을 가슴에 묻으며 너희들의 아픔과 상처를 잊지 않고 선생님과 친구들도 이 어려움을 이겨내련다. 잘 가라. 나의 아이들아.”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수성경찰서는 이날 A 군이 유서에서 가해자로 언급한 서모 군(14)과 유모 군(14) 등 2명에 대해 상습상해와 공갈, 강요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한 차례 폭행한 혐의로 김모 군(14)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A 군이 자살한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샘한테 혼나면 뭐라고 하지” “몰라, 그냥 인정하지 뭐 ㅋㅋㅋ” “감방 가게?” “안 간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날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참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부모와 함께 학교폭력에 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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