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요즘 휴가 내면 동료들이 ‘어디로 옮기냐’ 물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0일 03시 00분


인천시 산하 공기업 4개→2개 통합 ‘졸속 논란’
젊은 직원들 구조조정 불안감으로 조직 삐거덕

“공기업 통합 발표 이후 젊은 직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직장을 바꾸려는 분위기가 급속히 번지고 있어요.”

“요즘 휴가를 내면 동료들이 ‘다른 직장 시험을 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하고 실제로 면접시험을 보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행동에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어요.”

28일 인천시 산하 공기업이 4개에서 2개로 통합됐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어 조직이 안정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올 8월 시 산하 4개 공기업을 올해 말까지 2개로 통합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공기업 통합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인천도시개발공사와 인천관광공사는 인천도시공사로, 인천메트로와 인천교통공사는 인천교통공사로 각각 통합됐다.

통합 공기업이 출범했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졸속 통합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인천도시공사의 경우 3급 이상 고위 간부 21명이 현재 대기발령을 받았다. 공사는 이들을 내년 말까지 희망퇴직 등의 방법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이춘희 전 사장이 사표를 낸 뒤 후임 사장 인선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홍만영 상임이사가 사장 직무대행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는데 후임 사장 임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달 초 사장 모집 공고를 냈지만 시는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다.

도시공사는 다시 사장 모집공고를 내고 신임 사장 인선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선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턱없이 적은 연봉이 걸림돌이다. 사장 연봉은 1억1500만 원 정도다. 이는 국내 대형 건설사 임원의 초임 급여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재정 악화 등으로 깊은 수렁에 빠진 공사의 수장이 된들 앞으로 ‘머리만 아플 가능성이 높다’는 조직 분위기도 사장 선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도시공사는 도개공과 관광공사의 통합 정원 규모를 455명에서 통합 후 370명으로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현재 퇴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30∼40명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당사자의 반발로 소속 조직원의 허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교통공사는 통합에 따른 인력감축 효과가 거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시는 두 기관의 합계 정원을 총 1224명에서 1090명으로 줄인다는 목표 아래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인데 현재 인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통합에 따른 실제 감축 효과가 20여 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인천메트로와의 통합을 예상치 못하고 6월 자체 구조조정을 마쳐 정원의 40%를 감축한 기존 교통공사의 반발도 거세다. 교통공사 노조 측은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마쳤는데 정원을 기준으로 한 인력 감축안으로 인해 인천메트로와 통합된 상태에서 또 구조조정이 휘몰아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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