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분장실에 도착하자마자 바쁘게 메이크업을 한다. 마이크 점검까지 마치면 무대에 오를 준비 완료. ‘방송 2초 전, 1초 전…, 큐!’ 녹화장이 떠나갈 듯한 관객의 함성. 눈부시게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한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상 최고의 도전, 스타챌린저. 저는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 임혜준입니다!”아나운서로서 뉴스와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달콤한 상상. 서울 배화여중 1학년 임혜준 양(13)은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이 같은 상상을 하며 학습의욕을 다진다. 임 양은 초등 6학년 겨울방학식 때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
방학식 날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발표해 보자’고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뚜렷한 장래희망이 없던 탓에 ‘무엇이 되겠다고 말해야 하나…’ 고민하던 임 양. 옆 친구가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말한 순간, ‘어? 아나운서? 나도 아나운서에 도전해볼까?’라고 생각했다.
“초등 6학년 학교축제 때 MBC 문지애 아나운서의 축하메시지 영상을 본 기억이 떠올랐어요. 예쁘고 지적인 이미지가 매우 인상적이었거든요. 순간 ‘나도 아나운서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뚜렷한 꿈이 생기니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중학교 입학 후 처음 치른 중1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전교 206명 중 118등. 6과목 평균 69점. 평소 꾸준히 공부하던 수학과 영어도 90점을 넘지 못했다. 난생처음 점수와 등수가 또렷하게 적힌 성적표를 받은 임 양은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는 객관적인 실력을 알지 못했어요. 시험을 치른 뒤 친구들과 점수를 비교하며 ‘반에서 중간 이상은 되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했죠. 하지만 성적표를 받은 순간 ‘이러다간 아나운서는커녕 대학에 합격하기도 쉽지 않겠다’란 위기의식을 느꼈어요.”
확실한 목표를 정한 임 양은 결코 좌절하지 않고 공부 의욕을 불태웠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 중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주변 친구나 담당교과 교사를 찾아가 질문했다. 특히 서술형문제에 큰 어려움을 느꼈던 임 양. 자신의 학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의 내신 기출문제까지 꼼꼼히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서술형문제는 교과서 내 연습문제를 변형해 출제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직후 교과서에 나온 문제를 모조리 섭렵했다.
중1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은? 1학기 중간고사보다 무려 30등이나 오른 전교 88등. 평균점수도 10점 가까이 올랐다. 특히 영어와 과학 점수는 90점을 넘겼다.
‘단지 수업시간에 집중했을 뿐인데 이렇게나 성적이 오르다니….’ 자신감이 생겼다. “수업태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교사들의 칭찬도 큰 힘이 됐다. 임 양은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취약과목은 국어와 사회(도덕). 성적이 크게 오른 중1 1학기 기말고사에서도 유독 두 과목만 70점을 넘기지 못했다. 그는 당장 중1 여름방학부터 ‘국어·사회 완전 정복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신문을 읽었다. 사회를 공부할 때 반드시 필요한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서였다.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아버지에게 질문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며 내용을 확실히 익혔다.
임 양은 국어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어휘력이라 스스로 판단했다. 이를 집중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선택한 그만의 ‘무기’는 바로 ‘국어사전’. 교과서를 살펴볼 때마다 국어사전을 옆에 두고 어려운 어휘가 나오면 즉시 사전을 펼쳤다. 틈나는 대로 한국문학, 추리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책도 읽었다.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임 양은 일찌감치 중1 2학기 중간고사 준비에 돌입했다. 매일 오전 학습플래너에 하루 공부계획을 적어두고 실천에 옮겼다. 버스로 집과 학교를 오가는 시간을 활용해 국어와 도덕교과서를 꼼꼼히 읽었다. 때때로 공부가 힘들게 느껴지면 미래에 멋진 아나운서로 활약할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학업 의지를 다잡았다.
노력은 곧바로 빛을 발했다. 중1 2학기 중간고사에서 평균점수는 무려 10점 가까이 오른 88점을, 전교등수는 30등 이상 오른 50등을 기록했다. 특히 국어와 도덕은 20점 가까이 오른 89점과 91점을 받았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중1 2학기 기말고사에선 시험을 치르는 과목수가 3개 더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전교 45등으로 향상됐다.
숨 가쁘게 중학교 첫 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맞이한 임 양. 그의 방학플래너에는 공부 외에 설레는 계획도 적혀 있다. 바로 가족과 함께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것.
“단순히 외적으로만 화려하고 멋진 아나운서가 아닌,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국내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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