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방화” 주장 중국인, 주한 日대사관에 화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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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8일 오전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외손자라고 주장하는 중국인 류모 씨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점선 안 그을린 흔적)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대사관 주변 통제를 강화했다(왼쪽 사진). 류 씨가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연합뉴스
8일 오전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외손자라고 주장하는 중국인 류모 씨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점선 안 그을린 흔적)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대사관 주변 통제를 강화했다(왼쪽 사진). 류 씨가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연합뉴스
한국인 외할머니가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됐다고 주장하는 중국인 남성이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졌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한족인 이 중국인은 자신이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내에도 불을 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널A 영상] [단독]日대사관 방화남성 “야스쿠니도 내가 불질러”

서울 종로경찰서는 8일 오전 8시 18분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을 향해 화염병 4개를 던진 류모 씨(38)를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 중국 광저우(廣州) 출신인 류 씨는 지난해 12월 26일 관광비자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뒤 31일부터 서대문구의 한 모텔에 머물며 범행을 준비해 왔다. 그는 8일 오전 7시 25분경 소주병에 휘발유를 넣어 만든 화염병 11개를 들고 숙소를 떠나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평화비 인근에서 화염병 4개를 차례로 던졌다. 2개는 30m가량을 날아 대사관 2층 발코니로 떨어졌지만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고 나머지는 대사관 담장과 인근 도로에 떨어져 그을음만 남겼다.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이날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성환 외교부 장관의 ‘유감의 뜻’을 전했다. 무토 대사는 박 제1차관에게 유감의 뜻을 밝히며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범행 직후 현장을 순찰하던 경찰 기동대원들에게 붙잡힌 류 씨는 외할머니가 강제 동원돼 중국 광저우로 끌려갔으며, 그곳에서 광복을 맞아 중국인 남자와 결혼했다고 밝혔다. 검거 당시 그는 붉은색으로 한자 ‘사죄(謝罪)’가 세로로 적힌 흰 옷을 입고 있었다. 류 씨는 경찰 조사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12월 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총리가 논의 자체를 거부해 화가 났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류 씨는 중국에서 토플강사와 심리치료의사로 일하다 지난해 10월 일본 지진해일(쓰나미) 피해자를 돕겠다며 일본으로 건너간 지 2개월 후 한국으로 오기 직전 야스쿠니 신사 내부 목재 문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신사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4시 10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사건 다음 날 한 중국인이 국내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외할머니 일을 일본 정부가 사과하지 않는 데 항의하려고 불을 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류 씨가 머물던 모텔을 압수수색했을 때 벽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었고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지른 내용의 피켓도 발견됐다.

한편 경찰은 류 씨가 위험행동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해 입국 직후부터 행적을 쫓아오고도 범행을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2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류 씨는 인천에서 3일간 머물다가 외할머니의 행적을 따라 29일 전남 목포, 30일 대구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그는 자신을 담당하는 경찰과 만나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지른 사실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류 씨가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외국인을 24시간 감시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류 씨에 대해 화염병 사용 등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범죄가 확정될 경우 중국 측으로 신병이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日언론도 ‘긴급 기사’ 민감

일본은 이 사건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이날 오전 주한 일본대사관의 화염병 투척 사실을 긴급 기사로 타전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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