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 성 욕구는 변함없는데 아내는 싫어할 뿐만 아니라 몸을 건드리지도 못하게 해요. 스트레스만 쌓이지만 아내는 2년 전부터 섹스를 거부했습니다. 아내의 성욕을 회복하는 방안은 없을까요?”(66세 남성)
“아내와 가끔 잠자리를 하고 있는데 제가 남자노릇이 잘 안 돼서…. 듣기로는 약을 먹으면 된다던데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69세 남성)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인터넷 성상담 게시판에 오른 글들이다. ‘주책’이란 비아냥거림을 참으며 어렵게 용기를 낸 노인들의 고백이다.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들이 외로움을 호소하는 글도 보인다. 여성 노인들의 “나는 성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는데 남편은 안 그렇다. 부부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고민도 줄을 잇는다. 노인이 됐다고 해서 ‘성(性)’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가 8일 발표한 ‘노인의 안전한 성생활을 위한 연구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 중 2명(66.2%)은 성생활을 하고 있었다. 정부 차원의 노인 성생활 실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생활을 하고 있는 노인 두 명 중 한 명(50.8%)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본 경험이 있었다. 꼭 치료를 위해서 약을 산 것은 아니었다. ‘성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호기심’으로 샀다는 응답자가 절반이 넘었다. 성인용품(19.6%), 성기능 보조의료기기(13.6%)를 구입하는 노인도 적지 않았다.
관심은 많은데 상담할 곳이 적다 보니 부작용도 생긴다. 성생활을 하는 노인 열 명 중 세 명 이상(36.9%)이 성병에 걸린 경험이 있었다. 이런 노인이 걸린 성병은 임질(50%)이 절반을 차지했다. 성병의 종류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15.6%였다. 성 욕구를 풀 곳이 없어 불법성매매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 지식이 없어 절반에 가까운 노인(44.7%)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 조사를 계기로 노인의 성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라며 “우선 노인의 성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과 교육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복지부는 인구보건복지협회를 통해 늘그막에 홀로 된 남녀 노인을 서로 만나게 해 주는 ‘황혼미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황혼의 부부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부부교육’이란 가이드북을 만들기로 했다. 별도로 노인시설 종사자가 상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인의 성 이해’ 가이드북도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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