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힘!… 학교폭력 문제학생, 밥 퍼주고 꿈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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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대구 천사의집 무료급식소 자원봉사 청소년 5명 사연

한때 ‘문제아’였던 청소년들이 대구 서구 비산동 천사의집 무료 급식소에서 7일 오전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한때 ‘문제아’였던 청소년들이 대구 서구 비산동 천사의집 무료 급식소에서 7일 오전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대구 서구의 한 대안학교에 다니는 이모 군(15)은 지난해 초까지 학교에서 친구들과 교사에게 폭력을 일삼으며 ‘문제아’로 찍혔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는 요즘 남을 돕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이 군은 지난해 3월부터 주말마다 홀몸노인을 위한 비산동 천사의집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주방과 식당을 오가며 일을 거들었다. 설거지를 하고 반찬 상자도 날랐다. 어르신의 말벗이 되는 것도 중요한 봉사활동 중 하나다. 이 군은 “누굴 돕는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몰랐다”고 했다.

이 군은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열린 사랑의 문자메시지 보내기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따뜻한 밥 대접하면서 보람을 느껴요. 세상에 빛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는 짧은 메시지였지만 진심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아 1등을 차지했다. 그는 부상으로 받은 이불을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이 쓰시는 게 좋겠다며 다시 내놨다.

7일 이 무료급식소에는 이 군 또래의 학생 4명이 더 있었다. 이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여러 차례 정학을 당했고 결국 학교까지 그만둔 아이들이었다. 현재 이들은 대구의 한 대안학교에서 새 출발을 해 그간의 탈선을 반성하고 새로운 꿈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은 “나를 내세우기보다 남을 돕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한 자원봉사 덕에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모 군(17)은 중학교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친권을 포기해 갑자기 혼자가 됐다. 걸핏하면 반항심이 생겨 학교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박 군은 “봉사를 하다 만난 할머니들이 ‘고생 많지’라며 손을 잡아줄 때 나도 모르게 뭉클하다”고 했다.

교사를 때려 폭행 혐의로 입건까지 됐던 다른 이모 군(15)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화가 앞서서 물불 가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군은 “날 인정해준다는 사실에 뭐든 노력하는 사람이 됐다”며 “이제 모델이 되려는 새로운 꿈을 꾼다”고 했다.

중학교 때 인터넷 게임 중독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김모 군(18)도 “새로운 보람을 찾았다”며 활짝 웃었다. 김 군은 “봉사가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늘 외톨이였던 박모 씨(21)는 지금은 이 아이들을 이끄는 맏형 노릇을 한다. 그는 “봉사로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웠다”며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처음 봉사 왔을 때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던 천사의집도 요즘은 반기는 분위기다. 안천웅 대표(52)는 “학생들이 과거 일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가 기특하다”며 “세상을 등졌던 아이들이 다시 세상에 나와서 멋진 꿈을 꿀 수 있도록 옆에서 돕겠다”고 밝혔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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