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표가 박원순에 “귤 한상자 얼마인가?”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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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시민대표 “구립 어린이집 수백명 대기 해법있나”朴 시장 “동마다 2곳이상 되도록 늘려 나갈 것”

6일 오전 시민이 직접 질문을 던지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신년 인터뷰가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열렸다. 장시원(오른쪽) 이준용(오른쪽에서 두 번째) 송정은 씨(왼쪽)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인터뷰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6일 오전 시민이 직접 질문을 던지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신년 인터뷰가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열렸다. 장시원(오른쪽) 이준용(오른쪽에서 두 번째) 송정은 씨(왼쪽)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인터뷰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기자가 묻고 시장이 답변하는 틀에 박힌 인터뷰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하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신년 인터뷰가 6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시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동아일보는 각계각층의 추천을 받아 나이와 직업 등을 고려해 시민대표 3명을 선정했다. 젊은층을 대표하는 20대 대학생 연세대 사회과학대 장시원 씨(23·4학년)와 30대를 대표하는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송정은 교사(34·여), 소상공인과 40대를 대표하는 자영업자 이준용 씨(49·강남구 개포동)다. 박 시장은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로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동아일보의 창의적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무작정 대학 보내기는 사회적 낭비


▽송정은 씨=구립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해 대기번호가 수백 번째라는 엄마가 수두룩하다. 서울시가 사립 어린이집을 활용해 ‘서울형 어린이집’을 만들었지만 간판만 바뀌었다는 인식이 크다. 구립 어린이집을 늘려주거나 더 크게 지어줄 순 없는 건가.

“아예 구립 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는 동이 있는 만큼 지금 단계에서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더 많이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비어있는 파출소나 동사무소 건물이 꽤 있다고 하니 관련 부서와 협의해 그런 공간을 활용할 계획이다. 동별 2곳 이상 만들겠다는 공약에 따라 올해에만 80곳을 늘리기로 했다. 내년과 내후년에는 100곳씩 늘릴 계획이다. 올해 보육예산만 8600억 원이 넘는다.”

▽송=학교보안관이 생긴 이후 학교가 예전보다 안전해졌다는 느낌이 들지만 근본적인 학교폭력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1등부터 차례대로 줄 세우는 우리 교육이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좌절감이나 탈선이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공부 못한다고 사회적으로 큰일을 할 수 없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준용 씨=학창시절 공부를 잘하지 않았나.

“그럭저럭 했는데 성적보다도 학교 다니면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은 게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 편한 길로만 다녔다면 시장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앞으로 시 공무원을 채용할 때 고졸자 비율을 훨씬 높이려고 한다. 무작정 대학에만 보내려는 것은 사회적 낭비일 수 있다. 서울시립대와 상의해 공부 이외의 요소로 학생을 선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는 고졸자 채용을 늘릴 방안을 상의해 나갈 계획이다.”

○ 임대주택 거주민 보호 강화하기로


▽장시원 씨=대학들이 민간자본을 유치해 기숙사를 짓다 보니 예전에 17만 원 하던 월 기숙사비가 40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대학생 주거문제의 해결 방법은 뭔가.

“그동안 대학교 안에 기숙사를 지을 때 도시계획 규제가 까다로워 서울시가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시와 정부 당국이 적극적으로 고민해 기숙사를 더 많이 짓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올해 임대주택 공급 계획에 대학생을 위한 ‘희망하우징’ 188실과 공공원룸주택을 631채 정도 늘릴 계획이다.”

▽장=뉴타운의 가장 큰 문제는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다는 점인데 대책은….

“뉴타운이 개발되면 전·월세 살던 사람들은 보상금으로 이사비용 몇 푼 받고 쫓겨나는 실정이다. 뉴타운 문제는 본질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주거공간이 대거 사라지는 주거정책은 지양하고 작은 공간이라도 원주민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중이다.”

▽이=SH공사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데 수급권자인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쫓겨날 처지다. 서민 보호대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임대주택 수급권자가 사망하면 그 시점부터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줬다. 앞으로 거주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유예기간을 사망시점이 아닌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시점부터 2년까지로 늘리기로 했다. 임대주택 공급도 늘릴 계획이다. 올해 1만3237채를 공급하려던 계획에서 3000여 채를 늘려 1만6305채를 공급하기로 했다. 임기 내 임대주택 8만 채 건설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중소기업 지원에 1조 원 푼다


▽이=귤 한 상자에 얼마인지 아는가.

“최근엔 안 사봐서(웃음). 많이 올랐다고 들었다.”

▽이=과일은 말할 것도 없고 물가가 많이 올랐고 중장년층 실업문제도 심각하다. 창업자금으로 200만∼300만 원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긴 하지만 이 정도 금액으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은 가게 하나 만들려 해도 억대의 돈이 들어가니 단계적으로 창업지원 자금을 높여가는 방안을 공공의 영역에서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본다. 다만 시민 세금으로 하는 일이라 회수율이 낮아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이=사회연대은행을 통해 들어보면 자금이 절실한 사람일수록 회수율이 더 높다고 들었다.

“시가 올해 중소기업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기로 한 금액이 1조 원이다. 이 중 6000억 원은 상반기에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경기 침체로 타격을 많이 받은 영세자영업자를 위해서 200억 원을 지원해 빠르게 재기하도록 도울 방침이다. 창업기업에 지원하는 금액을 기존 8000만 원에서 올해부터 1억 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도 창업 후 3개월 이내에서 6개월 이내로 늘려 수혜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적한 대로 창업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는 금액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시민대표 3명 면면은 ▼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행복을 파는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준용 씨(49)는 1995년 실직 후 공사판을 전전하며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다 2008년 강남구 희망실현창구 창업지원 첫 대상자로 선정돼 창업자금으로 5000만 원을 융자받아 가게를 열었다. 부인과 함께 하루 15시간 넘게 일한다. 그는 매일 아침 첫 손님에게 판 금액을 모아 기부하는 ‘첫 열매 나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언북초등학교 교사 송정은 씨(34·여)는 초등학교 1학년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세 살배기 두 딸을 키우는 엄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는 송 씨는 3월 셋째를 출산한다. 직장 다니랴 아이 키우랴 정신없이 바쁜 우리 시대 대표적인 ‘직장 맘’이다.

20대 대표인 연세대 장시원 씨(23)는 지난해 대학생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민달팽이 유니온을 기획해 초대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올해는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맡았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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