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도학동 팔공산 동화사 대웅전 뒤뜰에 금괴 40kg(시가 24억 원)이 정말 묻혀 있을까.
세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동화사 금괴 사건’의 주인공인 새터민 김모 씨(40)가 10일 오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건의 실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김 씨는 변호사를 통해 금괴의 존재를 주장했을 뿐 언론과 직접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의 무대인 동화사 입구에서 만난 김 씨는 ‘금괴가 있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보통 거짓말일 때 ‘대충 어디쯤 있다’라고 얼버무린다”며 “동쪽에서 몇 번째 기둥, 그리고 벽에서 몇 m 떨어진 곳이라는 것과 깊이까지 말한다는 건 바로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금괴가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금속탐지기를 갖다 대니까 삑삑거리며 수십 번 소리를 냈다”며 “북한에서 넘어온 사람이 동화사 대웅전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알겠나. 그 땅속에 금괴가 분명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씨와의 일문일답.
―금괴 때문에 탈북했나.
“아니다. 누가 금 때문에 목숨을 걸겠나. 14년간 군 생활을 했다. 영국 중국 필리핀 등 여러 나라를 다니는 일을 주로 맡았다. 뜻하지 않게 정치범 수용소에 있다가 나온 뒤 또 잡혀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날 방법은 탈북밖에 없었다. 그래서 2008년 12월 북한을 떠났다.”
“난 북한 함경도 출신인데 그분이 옆집에 살았다. 자주 왕래하다 보니까 친자식보다 날 더 귀하게 생각했다. 원래 고향이 남한이었던 양아버지는 유엔군의 반격으로 북으로 왔다가 퇴각할(1·4후퇴) 때 내려오지 못하면서 정착하게 됐다. 양부자 사이가 되면서 자연스레 금괴 얘기를 했다.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동화사는 자주 오는가.
“3년 전 금괴 찾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거처를 대구에 마련해 하루에 수십 번씩 온다. 8000여만 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른다. 제3세력(금괴 노리는 사람들)이 도굴할까 걱정이다. 위치까지 노출됐으니 이제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다른 탈북자 동료와 같이 금괴를 지킬 도리밖에 없다. 북한에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굴한다. 하지만 동화사와 잘 협의해 절차를 밟아서 발굴할 것이다. 동화사 측은 문화재인 대웅전의 훼손 우려 때문에 금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문화재청과 협의해 발굴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변호사에게 자문해 반드시 발굴하도록 하겠다. 조만간 금괴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양아버지가 준 위임장 같은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는 있나.
“동화사에서 금괴가 나오면 자기 것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밝혔다. 그 위치를 아는 사람은 바로 나다. 금이 어떤 모습으로 묻혔는지 상세히 적어 변호사를 통해 공증을 받았다. 법적 문건은 추후 공개할 수 있다.”
―금괴를 찾아서 뭘 하려 하나.
“양아버지는 만일 찾으면 나의 성공을 위해 쓰라고 했다. 난 재산 불리는 게 성공하는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탈북자를 돕거나 다른 특별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금을 찾으면 죽을 고생하는 탈북자 10만 명을 살리는 데 쓰고 싶다. 좋은 뜻을 세웠으니까 분명 결과도 좋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