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피라미드식 학교조폭’ 50명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20개교 3년간 폭력 휘둘러 명품의류-금반지 빼앗아
700여명 피해액 5000만원… 경찰 서울전역 수사 확대

서울 강남 일대 20여 개 중고등학교에서 3년여에 걸쳐 상납할 금품을 정해 후배가 이를 받아오도록 하는 등 피라미드식 학교폭력을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파악된 피해자만 강남 서초 송파구 등에서 700여 명에 이르며 현재까지 가해 학생 50여 명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유사한 학교폭력 조직이 서울 전역에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학교와 동네 후배를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공갈)로 김모 군(18·고교 중퇴)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김 군에게 돈을 가져오라며 폭행한 김 군의 고교 선배이자 전직 유도 사범인 이모 씨(21)에 대해서도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군과 함께 폭력을 휘두른 홍모 군(18) 등 2명, 김 군 지시로 일대 학교 서너 곳을 나눠 관리하며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후배 신모 군(16·중학교 재학) 등 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채널A 영상]금목걸이는 김○○가, 명품티셔츠는 황○○가…‘상납 가계부’ 적어가며 ‘꼼꼼하게’ 갈취한 일진

경찰에 따르면 김 군 등은 자신이 사는 서초구 오피스텔과 인근 반포동의 한 공원에 후배들을 불러 팔을 묶고 주먹과 쇠파이프로 때리고 명품 브랜드 의류와 시계, 금반지, MP3플레이어 등을 빼앗은 혐의다. 이들은 일부를 이 씨에게 상납하고 남은 돈은 유흥비 등으로 썼다.

김 군은 수첩에 상납 물품, 담당자, 기한 등을 기록해 관리하고 정해진 날짜까지 상납하지 않으면 담당자를 폭행하기도 했다. 학부모에게 덜 의심받고 되팔기 쉬운 유명 브랜드 티셔츠는 한 번에 수십 장씩 상납 받았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액은 5000만 원 이상이며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1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피해 학생인 H 군(17)은 “수금 담당을 따로 둘 정도로 조직적이지만 처벌이 가볍다 보니 신고하지 않는다”며 “신고한 친구도 있었지만 결국 그 사실이 알려져서 보복을 당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군은 강남, 서초구 일대를 관리했는데 김 군처럼 두세 구를 묶어 관리하는 속칭 ‘대가리’가 지역별로 있다는 가해 학생 진술을 확보했다”며 “서울권 전역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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