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비 안내면 장사 못해”…남대문시장 상인-노점상 돈 뜯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1일 12시 03분


시장관리회사ㆍ경비원이 청소비 명목 자릿세 등 금품 갈취
부실 손수레 강매도…영세상인은 상납 후 빵으로 끼니

남대문시장 관리회사와 경비원들이 매장 상인과 노점상으로부터 조직적으로 금품을 뜯어내온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남대문시장 상인으로부터 수년간 자릿세 등 영업보호비 명목으로 총 16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경비원 김모(43)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남대문시장 대표이사 김모(74) 씨 등 시장 관리회사 임직원 8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또 남대문시장 개선사업을 빌미로 12억6000만원 상당의 노점 손수레 260대를 부실하게 제작해 노점상에게 강매한 혐의로 남대문시장 노점상 연합회(다우리회) 회장 김모(54)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시장 관리회사인 ㈜남대문시장 임직원 47명은 2005년 1월부터 6년간 양말 노점상을 하는 이모(76) 씨에게 "청소비를 내지 않으면 장사를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해 매일 4000원을 받아 챙기는 등 시장 이면도로에서 장사를 하는 노점상 57명으로부터 청소관리비라는 명목 아래 자릿세 6억8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액세서리, 시계, 환전 등 쓰레기 배출과는 무관한 업종의 상인들에게서도 무차별적으로 청소비를 걷었지만 노점 연합회를 결성해 목 좋은 길목을 차지한 260개 노점상에게서는 어떤 명목으로도 돈을 걷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원이 개별적으로 상인들을 협박해 금품을 상납 받은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경비원과 상가운영회 임직원은 '돈을 내지 않으면 장사를 못한다', '허락 없이 인테리어 공사할 수 없다', '불법 증축을 눈감아주겠다.', '질서 유지선을 침범했다'등 갖가지 명목을 대며 영세상인들을 협박해 개인적으로 금품을 갈취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직 경비원은 퇴직하면서 구청 소유인 이면도로에 노점 3곳을 자기 구역이라고 점찍고는 이를 노점상에게 월 150만원에 세를 줘 임대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영세노점상 김모 씨는 매일 내는 청소비 2500원을 아끼려고 집에서 김치만 싸와 인근 식당에서 1000원에 산 밥 한 공기로 점심을 해결하거나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비원들은 '사장님이 외출할 때 눈에 거슬리신다'는 이유로 매일 1~3회씩 호각을 불며 노점상인에게 짐을 싸들고 뒷길에서 30분간 숨어 있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남대문시장에서 경비원들이 상인에게서 금품을 갈취한다는 얘기를 접하고 관리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인들은 진술 사실이 알려지면 보복당하거나 생업을 포기해야 할까 두려워한 나머지 진술을 거부하기도 해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른 재래시장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갈취 행위가 있다는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