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관리회사 알고보니 ‘갈취 회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2일 03시 00분


노점상에 16억원 뜯어… 임원 51명 중 47명 가담

시장 질서를 유지해야 할 남대문시장관리회사(이하 관리회사) 임직원들이 할머니 노점상들에게서 수억 원을 뜯어오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적발된 임원은 총 47명으로 관리회사 임원 51명의 92%에 이른다. 관리회사의 자회사격인 시장 내 본동상가운영회(이하 본동상가) 임원도 9명 전원이 형사 입건됐다. 관리회사 임직원의 거의 전부가 ‘갈취꾼’이었던 셈이다.

[채널A 영상]돈 뜯더니 “자리 비켜라” 힘없는 노점상 갈취한 남대문 관리회사

관리회사는 1954년 시장과 상가 내 청소 및 관리, 소비자 보호, 시장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운영비는 상가에 입점한 상인들에게 걷어 충당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할머니 노점상들에게 “장사 못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해 16억여 원을 뜯어낸 혐의로 본동상가 상무 정모 씨(67) 등 4명을 구속하고 관리회사 회장 김모 씨(73) 등 85명을 불구속하는 등 임직원과 경비원 89명을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사 결과 관리회사 직원 10명은 각각의 구역을 정해 노점상에게 매일 4000원씩 또는 매월 40만∼50만 원을 걷는 등 2005년 1월부터 6년간 57명에게서 청소비, 자릿세 등의 명목으로 6억8000만 원을 갈취해 이 돈을 김 회장 등 임원들에게 상납했다. 수금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할머니들은 빵과 우유로 식사를 대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속 경비 19명도 자신이 맡은 상가 앞에서 장사를 하는 노점을 상대로 6년간 5200여만 원을 갈취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이들은 회장 김 씨가 외출할 때면 노점이 눈에 거슬린다며 할머니들에게 판매하던 물건을 들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 30분 동안 숨어 있게 하는 등 매일 1∼3차례, 5년 동안 5000여 차례에 걸쳐 ‘노점 정리’를 실시해 영업도 방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십 년간 이런 일을 당한 할머니들은 멀찌감치 이들이 보이기만 해도 빠르게 짐을 싸 골목으로 도망가는 게 몸에 배어 있었다”며 “보복이 두려워 대부분 진술을 거부해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