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의신면에 자리한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조선 말기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 선생(1808∼1893)이 조성해 말년에 거처하면서 창작생활과 저술활동을 하던 곳이다. 200여 년간 5대(代)에 걸쳐 8명의 화가를 배출하며 장대한 화맥(畵脈)을 이어가 ‘살아있는 미술관’으로 불리고 있다. 1982년 소치의 손자 남농 허건 선생(1908∼1987)이 복원했다.
200여 년 화맥을 이어온 운림산방 주인이 돌아왔다. 주인공은 임전 허문 화백(73·사진). 허 화백은 소치의 직계 4대손으로, 할아버지는 미산 허형(1862∼1938), 아버지는 임인 허림(1917∼1942)이다.
허 화백은 최근 진도군으로부터 운림산방 작품 전시 공간인 ‘소치기념관’의 무보수 비상근 명예관장으로 임명됐다. 지역 미술계는 운림산방이 되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남 목포에 사는 그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 소치기념관에 와서 전시된 작품을 관광객에게 설명해 주고 군 정책에 자문 역할도 한다. 임 화백은 “기념관 수장 작품이 빈약하기 때문에 봄가을에 작가마다 연대별로 구분해서 전시를 하는 등 화맥을 정리하고 싶다”며 “운림산방에서 직접 후학들을 양성하는 구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국가지정 명승 제80호로 지정된 운림산방에서는 매주 토요일 전남도가 주최하는 미술품을 경매하는 남도예술은행 토요경매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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