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를 국회로 가는 징검다리쯤으로 여기는 작태다.” “중도 사퇴하려면 보궐선거 관련 비용을 모두 내놔야 한다.”
19대 총선을 겨냥해 중도 사퇴한 부산 울산 경남지역 지방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이번에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도 중도사퇴 의원이 많다. 이에 따라 진보진영 내부 파열음은 물론이고 이른바 ‘야권 후보 단일화’도 순탄하지 않다. 중도사퇴를 막을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최근 사퇴한 부산시의원은 3명. 한나라당 소속 재선인 전일수 시의원(46)은 11일 사퇴했다. 그는 부산 동래구에서 현역인 이진복 의원과 공천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한나라당 소속 3선 안성민 시의원(50)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영도구 출마를 위해 지난해 12월 의원직을 내놨다. 같은 당 소속 재선인 권영대 시의원(49)도 9일 해운대-기장을 출마를 선언하고 의회를 떠났다. 그는 안경률 의원과의 공천경쟁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부산시당은 동래구나 해운대-기장을은 현역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는데도 같은 당 소속 시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당혹해 하고 있다. 특히 보궐선거에 대한 비난 여론이 한나라당으로 향하면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부산 시민 김주석 씨(52)는 “지방선거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유권자들을 배반하느냐”면서 “추가로 들어가는 보궐선거 비용도 주민들이 떠안아야 할 형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8대 총선에서는 부산시의원 4명이 출마해 1명만 당선됐다.
울산에서는 통합진보당 소속 이은주 시의원(48)이 지난해 12월 28일 사퇴했다. 총선에서 울산 동구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조규대 전 울산시의원 등 울산 동구 남목1∼3동 전 시·구의원과 주민자치위원장 등은 “이 의원이 당선된 지 1년 반 만에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울산시당은 기자회견에서 “시의원이 임기를 채우는 것은 주민과의 약속”이라며 “주민을 속이는 통합진보당 작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남에서는 한나라당 소속이었다가 최근 탈당한 윤용근(진주갑), 민주통합당 김국권(김해갑), 민주노동당 출신 통합진보당 손석형 의원(창원을) 등 도의원 3명과 민주통합당 김하용 창원시의원(진해) 등이 총선 출마를 목표로 의회를 떠났다. 진보신당 경남도당은 “도의원 중도 사퇴는 진보정치의 원칙 이전에 시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손 의원을 제외하고 (창원을 선거구) 야권 단일화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창원을 선거구 민주통합당 변철호 예비후보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진보신당 진주당원협의회는 “중도 사퇴자는 보궐선거 비용은 물론이고 지난 지방선거 이후 자신이 받았던 선거보전비용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광역의원 보궐선거에 따른 비용은 선거구당 1억 원 안팎에 이른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