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에 사는 윤모 씨는 지난해 10월 4세대(4G)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에 가입했다. 윤 씨가 사는 지역은 당시까지 LTE 서비스가 안 됐지만 “내년 1월부터 서비스가 되니까 석 달만 기다리면 된다”는 대리점 직원의 말에 월 7만5000원의 LTE 요금제를 선택했다. 하지만 윤 씨의 집이 있는 김해시 장유면에서는 아직 LTE 서비스가 안 되고 있다. 해당 이동통신사는 “김해시 중심부에서는 LTE 신호가 잡히지만 면 단위 지역에선 올해 4월쯤 LTE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윤 씨는 “3세대(3G) 요금제로 바꾸거나 서비스를 해지하겠다”고 요구했지만 이동통신사는 “요금제를 바꿔 줄 수 없고 만약 해지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맞섰다. 윤 씨는 “서비스는 이용 못하고 매달 7만 원이 넘는 돈을 내는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책임은 아무도 안 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듬성듬성한 LTE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0월 LTE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KT도 4월 서비스를 목표로 올해 1월부터 가입자를 받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전국 서비스를 먼저 시행하기 위해 서비스 지역을 넓히는 데만 몰두하다 보니 기지국을 촘촘히 깔지 못해 LTE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가 된다고 이동통신사가 홍보하는 지역에서 LTE를 쓸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가 11, 12일 이틀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LTE 스마트폰을 들고 수도권에서 LTE 통신 상태를 점검한 결과 특히 위성도시에서 끊김 현상이 잦았다. 서울에서도 도심에서 떨어진 주택가에선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11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도곡역으로 가는 버스를 탄 뒤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 접속해 인기게임 앱(응용프로그램)인 ‘앵그리버드’를 내려받으려 했지만 중간 중간 접속이 끊겼다. 한남동을 지날 무렵에는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져 3G 통신망에 접속한 것만도 못했다. 도곡역에서 분당선 지하철로 갈아탄 뒤 일원동 대모산입구역에 도착하는 순간 한참 보고 있던 방송 뉴스가 갑자기 정지됐다. 스마트폰 화면 위의 4G 아이콘이 사라지고 3G 아이콘으로 바뀌었다. ○ 신호 찾느라 배터리 급격히 소모
12일 오전에는 경기 성남시에서 판교행 버스를 탔다. 친구와 통화하던 중 수서역을 지날 무렵 전화가 갑자기 끊겼다. 인천행 버스를 탄 뒤에는 계양구 작전동 근처에서 LTE망이 다시 끊겼다. 이날 여러 차례 전화기가 3G망과 4G망을 번갈아 잡는 현상이 나타났다. LTE 스마트폰은 LTE와 3G 신호를 모두 잡을 수 있지만 LTE를 먼저 잡도록 설계돼 있다. 스마트폰이 LTE 신호를 찾는 데 열을 올리면서 배터리가 빨리 소진된다. 실제 써보니 한 시간 만에 20% 가까이 줄기도 했다. 오전 8시에 100% 충전됐던 배터리는 오후 6시경에는 절반도 남지 않았다. 본보에 들어온 소비자 제보 가운데는 LTE폰이 30여 분 만에 100차례 가까이 3G망과 4G망을 번갈아 잡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이동통신사들의 과장광고와 함께 일선 대리점들이 가입자를 유치할 때 해당 지역에서 LTE가 잘 터지는지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자가 찾은 성남 지역의 한 대리점 직원은 “수도권 전 지역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단말기 보조금도 많이 주니 LTE 스마트폰을 사는 게 좋다”고 권유했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LTE의 통신 품질을 정부가 직접 조사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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