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춘기에 이른 청소년의 내면을 표현하는 단어 ‘질풍노도’. 큰 고민이나 걱정 없이 성장해온 소년·소녀들에게 돌연 밀어닥치는 삶에 대한 물음표들은 그들의 마음속에 거센 바람과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경기 원곡고 1학년 방지훈 군(17)에게도 그런 시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중3 2학기에 접어들 무렵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등학교 진학은 어떻게 계획해야 할지’ 풀리지 않는 고민들로 잠을 설쳤어요. 수업에 집중을 못하니 전교 7등 수준이던 성적은 곧 중위권으로 곤두박질쳤죠.”》
마음도 성적도 침체의 시간을 겪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방 군. 이렇다 할 시험 준비도 없이 치른 지난해 4월 전국연합학력평가의 결과는 전교생 659명 중 139등. 방 군의 오랜 심리적 방황에 종지부를 찍는 숫자였다.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밀려왔어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일어서야겠단 생각이 들었죠.”
고1 1학기 중간고사가 한 달도 안 남은 시점. 간신히 교과서를 한 번씩 훑어보고 치른 시험 성적은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국어는 전교 128등(77.8점), 사회와 과학도 각각 96등(89.7점)과 77등(89.4점). 157등(59.5점)인 수학 성적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90점을 넘긴 건 영어(30등, 97점)뿐.
위기감은 맹렬한 도전의 욕구로 나타났다. 뒤처진 주요 과목을 모두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 방 군은 먼저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했다. 수학 교과서 문제는 집에서 미리 풀어보고 2회 이상 오답을 낸 문제는 수업시간에 반드시 질문해 풀이법을 익혔다. 오답노트에 적었다가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복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국어와 사회도 마찬가지. 중간교사를 계기로 교과서의 중요성을 깨달은 방 군은 선생님의 설명내용을 교과서 여백에 깨알같이 받아 적은 후 자기주도학습 시간에 꼼꼼히 복습했다. 과목별 암기 노트를 만들어 수시로 중요한 내용을 옮겨 적고 열어봤다.
절박한 마음으로 준비한 고1 1학기 기말고사. 괄목할 결과였다. 수학은 무려 124등 오른 33등(92.4점), 사회는 83등이 오른 13등(96.9점)을 기록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새삼 되뇌었어요. 수업시간에 친구들의 눈치가 보였지만 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한 것이 도움이 됐어요.”
중학생 때의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고1 여름방학을 맞은 방 군. 1학기 기말고사에서 254등(87.4점)에 머문 국어성적이 고민거리였던 방 군이 국어 정복을 위해 선택한 것은 반복 선행 학습이었다. 다음 학기에 배울 국어 교과서를 2회 이상 예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수첩에 주 단위로 공부 분량을 적어 넣었다. 시험 때마다 포기하다시피 했던 서술형 문제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서술형 문제를 위한 전용 노트에 교과서의 모든 서술형 문제를 옮겨 적었다. 참고서의 모범답안에 의지하기보다는 교과서 안에서 스스로 답을 도출하는 연습을 했다.
독서도 빼놓지 않았다. 평소 과학서적 코너를 자주 찾던 방 군이 우연히 집어든 두 권의 책 ‘이기적인 유전자’와 ‘협력하는 유전자’는 강력한 블랙홀처럼 그를 생명과학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유전학자 다윈의 서적만 해도 방학 동안 10권 넘게 읽었다.
“다윈의 진화론을 당연한 사실로 믿어왔는데 그것에 팽팽히 맞서는 다른 학자의 주장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중학생 수준에서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생명과 유전에 대해 궁금증이 샘솟았죠. 학문적인 글을 빠르게 읽다 보니 독해력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됐고요.”
즐겁게 공부하며 여름방학을 보낸 방 군. 고1 2학기에 접어들자 국어와 과학이 크게 향상했다. 2학기 중간고사에서 국어성적은 전교 16등(94.8점)에 오르더니 기말고사에서는 100점 만점으로 1등. 반 년 만에 무려 253등을 끌어올린 것. 1학기 기말고사에서 60등(80.6점)에 머물던 과학은 2학기 중간고사에서 잠시 주춤하더니 기말고사에선 57등이 올라 전교 6등(96.3점)까지 치솟았다. 영어와 수학은 각각 1등(100점)과 2등(93.4점), 사회는 8등(96.9점)을 기록해 전 과목 총점을 기준으로 전교 2등의 자리에 올랐다.
고2 진학을 앞두고 겨울방학을 맞아 다시 인근 지역도서관 과학코너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방 군. 미래에 과학자가 돼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는 그의 표정엔 다부진 각오와 기대가 엿보인다.
“아직 첨단과학기술로 극복하지 못하는 희귀병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에이즈(AIDS)처럼 인류를 괴롭히는 병을 치료할 약을 직접 개발하고 싶어요. 아프리카의 가난한 에이즈 환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신약을 개발해 인류에 기여하고 싶어요.”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