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주례여고 1학년 김소희 양(16)의 꿈은 언론인이다. 사회부 기자 혹은 아나운서가 되어 인권과 복지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많은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현재도 교내 토론동아리에 가입해 여러 사회이슈를 두고 친구들과 토론을 펼친다. 또 아프리카의 빈곤 아동을 후원하는 교내 모금활동에도 적극 참여한다. 9일 김 양이 ‘신나는 공부’의 도움으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지원기구인 국제개발파트너십(IDP)에서 홍보기획관으로 활동하는 김정훈 씨(31)를 만났다. 새천년개발목표란 △빈곤 및 기아 퇴치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남녀평등 및 여성능력 고양 △아동사망률 감소 △모성보건 증진 △에이즈, 말라리아 등 질병 퇴치 △지속가능한 환경보전 △개발을 위한 범지구적 파트너십 구축 등 유엔이 정한 ‘보편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8가지 문제’를 뜻한다.새천년개발목표의 중요성과 이를 실천하는 방법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는 김 씨. 그는 서울시 홍보정책을 담당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 홍보관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정책홍보 전문가다.》 ○ “실패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세요!”
김 씨는 영화를 좋아한다. 정신없이 바쁜 요즘에도 최신 개봉작은 거의 다 챙겨봤을 정도. 고교시절 김 씨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작품을 만드는 영화감독이 되기를 원했다.
평범한 대학생활을 보내던 영화광(狂) 김 씨. 대학 3학년 때 ‘국제관계와 외교’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그는 특별한 경험을 했고 그의 꿈도 180도 바뀌었다.
“어느 날 강의에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주제로 찬반토론을 펼쳤어요. 토론을 거듭할수록 미국이란 국가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자꾸만 늘어났어요.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었죠. 그래서 한미연합사령관, 주한미국대사, 외교통상부 장관 앞으로 e메일을 보냈어요.”
답변을 직접 들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세 사람 모두가 답장을 보내온 것이다. 이를 계기로 김 씨는 이들 세 인물을 직접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됐다.
그들과 만나는 순간은 김 씨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나는 살면서 대한민국과 사회정책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나’를 고민했다.
이후 김 씨는 국가와 개인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정치·외교를 공부하는 대학생 단체를 만들었고, 국제 규모의 회의를 열기도 했다.
김 씨는 특히 당시 외교부 장관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남을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꼽았다. 그는 반 총장과의 만남 이후에도 꾸준히 e메일로 고민을 털어놓고 궁금한 점을 물었다. 반 총장은 매번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고민과 물음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IDP에 합격한 뒤 반 총장께 ‘유엔에서 진행하는 일을 돕게 됐다’고 e메일을 보냈더니 ‘건투를 빈다’고 답을 주셨어요(웃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세요. 도전 하나하나가 큰 경험이 되어 꿈을 이루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거예요.”
○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의 목소리”
김 씨가 현재 IDP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은 크게 두 가지. ‘유엔 MDGs 리더십’과 ‘싱크 빌리언(Think Billion)’이 그것이다. 유엔 MDGs 리더십이란 국내의 저명인사에게 새천년개발목표를 돕겠다는 약속과 응원의 메시지를 받는 캠페인. 현재 10개 부처 장관과 각계 유명인사들이 동참했다.
싱크 빌리언은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루에 한 번씩 가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구 반대편 사람들을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 길거리에서 배지를 나눠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 양이 궁금해했다. “기부금을 모으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약속을 받고 생각만 하도록 유도하는 게 과연 결정적인 도움이 될까요?”(김 양)
“정책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뭘까요? 바로 ‘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물론 얼마나 많은 돈을 지원하는가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가난 같은 문제를 공감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느낄수록 정책은 더 강력한 힘을 받고 더 빠르고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정책홍보 전문가가 되는 길을 묻는 김 양에게 김 씨는 “특별한 자격증이나 방법은 없다”면서 “그 대신 항상 사회문제에 귀 기울이고, 고민하고, 경험해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일러준 방법은 간단하다. 주로 신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사회문제를 접한다. 그리고 김 씨가 그랬던 것처럼 주요 관계자에게 ‘무작정’ e메일을 보내고, 적극적인 아르바이트나 인턴활동을 통해 현장경험을 충실히 쌓는 것이다.
“지구 70억 인구 중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 말은 지금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하는 고민이 곧 사회와 세계의 고민이 된다는 얘기예요. 단순히 고민만 하지 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해보세요. 경험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 ‘비전’이 ‘현실’로 이루어질 거예요(웃음).”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홍보기획관 김정훈 씨를 만나 인터뷰한 김소희 양은 고교생을 위한 국내 유일의 주간신문 ‘P·A·S·S’(사진)의 고교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P·A·S·S의 고교생 기자가 되면 영화감독, PD 등 전문가나 사회 저명인사, 인기 연예인을 직접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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