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최대 규모 습지로 알려진 ‘숨은물벵듸’가 베일을 벗는다. 제주도는 올해 제주시 애월읍 숨은물벵듸와 조천읍 ‘물찻오름’ 등 2곳을 람사르협약 습지로 등록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숨은물벵듸는 물이 숨어 있는 넓은 들판(벵듸)이라는 뜻의 습지로 그동안 학술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이 습지 전체 면적은 어림잡아 20만 m²(약 6만 평)로 단일 습지로는 제주에서 가장 크다. 삼나무 조림지와 활엽수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습지는 한라산 1100도로 휴게소 서쪽 방향 1.3km 떨어진 해발 900∼1000m에 있다.
습지 주변에는 오름(작은 화산체) 3개가 연결된 삼형제오름을 비롯해 살핀오름, 노로오름 등이 있어 분지 형태를 띠고 있다. 연못 형태의 작은 습지가 3곳에 형성돼 있다. 큰고랭이, 송이고랭이 등의 수생식물과 팥배나무, 솔비나무, 윤노리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다. 한라산 고지대에서 흘러내린 물과 빗물이 고였다가 다시 개울을 따라 흘러 제주시 창고천의 원류가 된다.
물찻오름은 해발 717m로 정상 분화구에 호수가 있으며 세모고랭이, 마름 등의 수생식물이 자생한다. 비탈면에는 참꽃나무, 꽝꽝나무, 단풍나무 등 자연림이 울창하다. 탐방객이 많아지면서 훼손이 심해 2008년부터 자연휴식년제가 도입돼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양창호 제주도 환경자산보전과장은 “제주 습지는 고지대 화산분화구나 분지에 물이 고여 형성된 특징을 보인다”며 “숨은물벵듸는 규모, 종 다양성 등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람사르 습지 등록을 위한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에는 물영아리오름, 1100고지, 물장오리오름, 동백동산 등의 4개 습지가 환경부 지정 습지보호지역 및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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