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은 서울 영림중 박수찬 교장이 16일 정식 임용되자 일선 교장들과 교원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형평성을 잃은 인사이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장은 이날 오전 임명장을 받고 2015년 2월까지 3년여의 임기를 시작했다. 서울 지역의 첫 평교사·전교조 출신 중고교 교장인 박 교장은 지난해 2월 평교사도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를 통해 영림중 교장 후보로 뽑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공모 절차상의 문제와 민주노동당 불법 후원금으로 인한 기소를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임용 제청을 미뤘지만 지난달 수원지법의 1심 판결이 나오자 박 교장의 임용을 결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교장 임용이 어렵지만 벌금 20만 원 판결이 나왔으므로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불법 행위로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했는데도 교장으로 임용하는 것은 기존의 엄격한 교장임용 기준과 비교했을 때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서울 양천구 모 초등학교의 교장은 “최근 들어 서울지역 교장은 금품 수수 의혹만으로도 징계를 받고 재임용이 불가능했다.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판결을 통해 명백하게 입증됐는데도 임용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 역시 “20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은 교장이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사례도 있었다. 승진형 교장과 공모 교장의 임용제청 기준이 다르다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 출신인 박 교장이 정당 후원금으로 벌금형을 받았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벌금형이 특정 정당을 후원한 것에 따른 것이었다면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교장으로서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며 “도덕성과 중립성을 잘 지켜온 교사도 많은데 굳이 이번 임용을 결정한 교과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상임대표도 “전교조가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편향된 이념 교육을 시켜온 전례가 있었다는 점에 비춰 특정 정파의 시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박 교장은 이날 “전교조 교사라서가 아니라 학교의 바람직한 미래를 제시했기 때문에 교장으로 뽑혔다고 본다”며 “정치적인 방향성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협의를 거쳐 영림중의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하고 창의성과 인성을 키울 수 있는 체험교육을 강화하겠다는 학교 운영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박 교장의 빠른 임용을 촉구했던 영림중 학부모회 김윤희 회장은 “1년을 허송세월했다는 원망도 있지만 결국 제자리를 찾게 돼 기쁘다. 더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측은 이날 ‘1년 전에 받았어야 할 임명장을 뒤늦게나마 받게 된 것을 매우 환영한다’며 ‘학교 혁신을 통해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논평을 통해 밝혔다. 또 전교조는 ‘왜곡된 교장 승진제도로 인해 침체에 빠진 교육 현장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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