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설맞이 제수용품을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 중구 중부시장. 대추 가게에 들어간 노모 씨(61)는 대추 1만5000원어치를 사고 10만 원짜리 수표를 내놓았다. 다른 손님과 한창 흥정을 하느라 바쁜 상인 A 씨(55·여)는 수표를 받아 곧장 앞주머니에 넣고 8만5000원을 거슬러 줬다. 가게가 조금 한가해진 시간, A 씨는 수표를 꺼내 살펴보다 가짜 수표란 사실을 알았다. 받은 수표는 인쇄 상태가 진짜 수표와 달리 조악한 데다 도장도 찍혀 있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한 A 씨는 다른 제수용품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던 노 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노 씨는 자신의 집에서 컬러복합기로 10만 원권 수표 30장과 5만 원권 지폐 150장을 위조해 이 중 80만 원을 쓰고 거스름돈 63만9000원을 남겼다. 노 씨는 중부시장과 서대문구 홍제동 시장 가게 7곳에서 조악한 위조수표를 냈지만 설 대목을 맞아 바쁜 상인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공문서 위조 및 여권법 위반 등 전과 14범인 어설픈 ‘위조의 달인’ 노 씨는 사채 빚도 갚고 제수용품도 마련할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 중부경찰서는 노 씨를 통화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설 대목을 맞아 바쁜 상인을 노린 범행이 늘어날 위험성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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