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 괴담 확산… 발원지는 정봉주 팬카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중국내 한인교회들 알바 고용해 우편투표 악용”“투표소 직접 투표만 허용”… 선관위 해명도 안먹혀

“중국 내 한인 교회들이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기 위해 우편투표를 악용하고 있다.”

4·11 총선을 앞두고 이와 같은 근거 없는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괴담에 대해 “현행 공직선거법상 불가능한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누리꾼들은 “선관위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괴담은 정봉주 전 의원 인터넷 팬카페에서 시작됐다. 7일 오후 정 전 의원의 팬카페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에 ‘뭔가 이상합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에 살고 있다는 ‘Pose****’이란 아이디의 누리꾼은 “중국 내 한인교회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노인들에게 부재자 투표 신청서를 대신 받아오게 하고 있다”며 “투표에 관심 없는 노인들의 인적사항과 구비서류를 모아 마음대로 정당을 선택해 투표하고 우편으로 발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꼼수’의 냄새가 난다”고도 했다.

이 글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리트윗(RT)돼 퍼졌다. 16일에도 트위터 이용자들은 ‘긴급속보’라며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 업그레이드판” “이대로 가면 총선·대선에서 특정 정당이 집권하는 끔찍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내용을 덧붙여 퍼뜨리고 있다. 블로그와 카페 등에도 원문 링크와 함께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해 의혹을 밝혀내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선관위는 “괴담이 사실처럼 퍼져나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38조 3항에 따르면 재외투표자는 거소투표를 할 수 없고 반드시 공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뒤 직접 투표하도록 돼 있다. 글쓴이는 38조 3항의 내용을 잘못 알고 글을 올린 것이다. 선관위 재외선거정책과 이은식 사무관은 “2009년 2월 공직선거법에 ‘재외선거에 관한 특례’ 조항이 신설된 뒤 한 번도 재외선거에서 거소투표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들어간 적이 없는데 왜 이런 괴담이 퍼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사이버예방TF팀은 12일부터 해당 글에 괴담을 해명하는 댓글을 달고 있지만 일부 누리꾼은 해명을 믿지 않고 있다. 아이디 ‘gene****’는 15일 “월급 100만 원인 보좌관이 기업을 매수해 선관위를 공격한 나라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10·26 중앙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이후 선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져 있는 상태”라며 “디도스 공격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밝혀지고 이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선거 관련 의혹만 나오면 습관적으로 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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