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배’만 불린 산후조리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부가세 10%’ 내달부터 면제
이용료는 되레 인상

“1월 31일부터 산후조리원 이용료가 인상됩니다. 서둘러 예약해 주세요.”

서울 관악구의 한 산후조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공지문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현재 2주에 300만 원인 이용료를 10만 원 올리겠다는 것. 이 산후조리원은 지난해 3월과 7월에 이어 1년 새 세 번이나 값을 올렸다. 2월부터 산후조리원에 부과되던 부가가치세(부가세) 10%가 면제되지만 이 산후조리원은 이용료를 낮출 계획이 없다.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인건비와 물가 상승 부담이 커져 부가세가 면제되더라도 가격을 올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양육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각종 부가세 감면 정책이 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부가세 면제에도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세금 감면 혜택이 고스란히 업체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2월부터 산후조리원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부가세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부가세 면제로 산후조리원 이용료를 6∼7% 낮춰 양육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상당수 산후조리원은 정부 기대와는 거꾸로 부가세 면제 계획 발표 이후에도 줄줄이 이용료를 올리고 있다. 실제로 한 산후조리협회에 소속된 서울 시내 30여 개 산후조리원은 3월까지 10%가량 이용료를 올릴 예정이다. 올 6월 출산 예정인 한모 씨(32)는 “산후조리원 6곳을 알아봤는데 모두 이용료 인하 계획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부가세 인하는 업체만 이득을 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대학 교수는 “업체에서 세금을 걷어 산모에게 직접 보조금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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