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살해장면 계속 떠올라…” 캐나다인 3년 만에 자진입국 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날 죽이려해” 피해망상에 범행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여자친구를 살해한 캐나다인이 경찰에 자수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009년 3월 용산구 이촌동 거북선 나루터 인근에서 당시 21세이던 여자친구 김모 씨를 물에 빠뜨려 익사시킨 뒤 캐나다로 도망친 C 씨(38)가 자수해 살인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1년부터 국내 지방대학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던 C 씨는 2009년 1월 대학생이던 김 씨를 클럽에서 만나 두 달 동안 교제하다 ‘김 씨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김 씨를 살해한 혐의다.

C 씨는 김 씨를 안는 척하며 허리를 끌어안고 강물에 뛰어든 뒤 빠져나오려는 김 씨를 물속으로 눌러 익사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C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C 씨가 도주 기간 범죄 장면이 떠오르는 등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다 종교에 귀의한 뒤 14일 입국해 16일 자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행이 일어난 뒤 C 씨를 상대로 범행 사실을 추궁했지만 C 씨는 “김 씨가 갖고 놀던 테니스공이 한강에 빠지자 이를 건져내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갔다 익사한 것”이라며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실시한 부검에서도 외상 등 타살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어 익사 소견으로 내사종결 처리했지만 C 씨의 자수로 범행이 드러났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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