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일주일 동안 발품을 팔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학교 앞에 자취방을 구한 노승환 씨(27). 그는 에어컨도 없는 반지하에서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을 내고 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학생 전용 전세임대주택’ 신청 마지막 날인 1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에서 만난 노 씨는 “학교 앞 전셋집 보증금은 거품이 많아 대부분 5000만∼6000만 원은 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40만 원 정도 벌지만 집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올해 1만 채를 공급하기로 한 대학생 전용 임대주택에는 노 씨와 비슷한 사정의 대학생 2만여 명이 입주 신청을 했다. 최근 한 주간 입주 신청자가 2만2031명에 이르러 평균 2.4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가장 많은 물량이 공급되는 서울시에서는 2970채에 9628명이 신청해 3.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 임대주택 다양화로 8만 채 공급 실현
서울시는 대학생의 주거난이 심각해짐에 따라 주변 월세의 20∼30% 수준인 ‘희망하우징’ 268실을 공급한다고 17일 밝혔다.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이면 신청할 수 있고 수도권 외 저소득 가구 자녀에게 우선권을 준다. 27일 오전 9시부터 2월 3일 오후 5시까지 SH공사 홈페이지(i-sh.c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시는 이처럼 주거 대상별로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대로 공공임대주택 8만 채를 공급하려면 기존처럼 임대주택을 새로 짓거나 주택 매입 후 임대를 주는 두 가지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소규모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개발 전략을 세워 8만 채 공급 물량을 채울 계획이다.
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최근 발표한 공급 전략 중에서는 공영주차장이나 사회복지시설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한 주거복합화 전략이 눈에 띈다. 시는 시내 전역에 있는 공영주차장 701곳 가운데 나대지 형태의 평면주차장 206곳에 복합개발로 임대주택을 지으면 2020년까지 약 10평(30m²) 이하 소형주택 1만3000채를 공급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 도서관, 주차장 위에도 임대주택 짓기
복지·보육시설과 도서관 등의 공공복지시설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더 파격적이다. 예컨대 중구 신당동에 있는 구립 도서관과 바로 옆에 위치한 약수 공영주차장을 통합해 복합 건물로 계획하면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 말 그대로 동네 도서관 위에 주택을 세우는 방식이다. 시정연은 자치구 곳곳에 있는 공공복지시설과 임대주택을 복합적으로 조성하면 지역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공공복지시설을 활용해 2020년까지 공급 가능한 물량이 4400채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략들이 실제로 실현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행정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며 “공공토지를 민간과 함께 개발하도록 유도하고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형태로 공급이 가능한 소형 임대주택이 1만8000채에 이르는 만큼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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