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에 동참합시다. 헌혈증서를 갖고 오면 고기를 그냥 드립니다.” 닭똥집 골목으로 유명한 대구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상가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다. 21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태원 씨(48)가 지난해 12월 내건 것이다.
이 씨는 2009년 12월부터 헌혈증서 한 장을 가져오면 돼지고기 한 근(600g·9000원 상당)으로 바꿔주기 시작했다. 서랍을 정리하다 10년 전 헌혈증서를 발견하고 ‘헌혈증서를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헌혈증서가 많으면 오히려 고기가 많이 나가 손해지만 그래도 입소문을 내달라고 부탁한다.
지난해까지 모은 헌혈증서는 600여 장. 2010년에는 200장 정도 모았지만 소문이 나면서 지난해는 400여 장으로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10년 넘은 증서 2장을 포함해 20장을 모았다. 이렇게 모은 헌혈증서를 연말이면 동구자원봉사센터에 기증한다.
이 씨는 헌혈증서가 없더라도 1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한 ‘자원봉사마일리지 통장’을 보여주면 고기 값 10%를 할인해주고 학생이 자원봉사를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을 해도 같은 혜택을 준다. 그도 10년 넘게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여기서 가게를 하는 동안 헌혈증서 모으기를 계속하겠다”며 “집에 헌혈증서가 있으면 갖고 와서 고기도 받고 이웃사랑도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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