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비빔밥’ 밥에서만 독성 검출… 고의 범행인듯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비빔밥 재료에선 검출 안돼
조미료로 착각 가능성 적어

1명이 숨지고 5명이 병원에 실려 가게 만든 ‘농약 비빔밥’ 사건이 실수가 아닌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전남 함평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중간 감정 결과 피해 노인들이 먹은 음식물 중 쌀밥에서 살충 성분인 M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M 농약이 밥에서만 검출됐고 비빔밥 재료인 상추겉절이 고춧잎무침 간장 등에서는 검출되지 않아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향이나 색이 없는 액체인 M 농약을 조미료나 물로 잘못 알고 넣었다면 모든 재료에서 검출됐어야 하는데 유독 밥에서만 검출돼 누군가 경로당에 침입해 고의로 밥에만 농약을 뿌려 놓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찬밥이 경로당 주방에 있었던 30시간 동안 누가, 어디서 가져온 농약을 어떻게 넣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4일 함평군의 이 경로당에서 정모 씨(72·여) 등 노인 7명이 넉넉하게 밥을 지어 점심을 먹고 찬밥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5일 오후 이때 남긴 찬밥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은 정 씨가 10분 만에 숨지고 5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이 4일 정오 무렵부터 30시간에 주목하는 이유다.

사고 당일 조리를 담당한 주민은 “찬밥을 프라이팬에 넣고 비빌 때 거품이 좀 났지만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목격자나 물증이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을 주민 50여 명을 대상으로 원한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함평=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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