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태완 사령관 ‘비극의 가족사’… 우울증 부인도 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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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고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사진) 부인이 자신의 10층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사령관 사망 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7일 오전 9시경 장 사령관 부인 이병호 씨(77)가 자택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방에서 발견된 자필 유서에는 “미안하다. 고마웠다. 오래오래 살아라”고만 적혀 있다. 경찰은 유서와 유족 증언, 시신 검안 등을 통해 고인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 부검 없이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했다.

경찰과 지인 등에 따르면 고인은 2010년 7월 26일 장 사령관이 지병으로 별세한 뒤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아파트에서 가사도우미와 함께 지내며 외부와 접촉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았다. 딸과의 통화도 지난해 가을이 마지막이었다. 아파트 경비원 A 씨는 “지난해 7월에도 자살을 시도하다가 가정부와 경비원들이 말린 적이 있다”며 “10여 일 전 자동차까지 처분했는데 아마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인의 지인은 “지난해 7월 이후에는 모임에도 나오지 않고 병원에 우울증 치료를 받으러 갈 때 외에는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인의 우울증에는 안타까운 가족사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령관은 1979년 11월 수도경비사령관에 올랐지만 12월 12일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주축으로 한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다 강제 전역 당했다. 장 사령관이 30년 동안 복무한 군을 떠나 전역지원서를 쓰고 집으로 귀가한 날 고인과 아들과 딸은 울음으로 그를 맞이했다.

강제 전역 후 더 큰 슬픔이 닥쳤다. TV 뉴스를 통해 보안사에 끌려가는 장 사령관의 모습을 본 고향의 아버지는 곡기를 끊고 매일 막걸리만 마시다가 1980년 4월 별세했다.

서울대 자연대에 수석 입학했던 아들은 아버지의 전역과 할아버지의 죽음에 슬퍼하다가 1982년 초 경북지역 낙동강변 산기슭의 할아버지 산소 옆에서 얼어붙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세상이 바뀐 뒤 장 사령관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 공천으로 16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내기도 했지만 79세이던 2010년 7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장 사령관의 조카는 17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어머니로서 아들을 잃은 상처로 힘겨워했다”며 “마지막으로 의지했던 남편마저 잃은 뒤 마음 병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23호실·02-3010-2263)에 마련됐다. 유족은 딸 현리 씨, 사위 박용찬 씨(인터젠 대표)가 있다. 발인은 19일 오전 6시. 고인의 시신은 국립대전현충원 장군묘역의 장 전 사령관 묘 옆에 안장될 예정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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