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1200명에 무료 영정사진… 孝를 찍는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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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유길선 대전 월평치안센터장, 저소득층-독거노인에 재능기부

대전 둔산경찰서 월평치안센터 유길선 센터장(오른쪽)이 월평복지관에서 관내 노인들
을 대상으로 장수사진을 촬영해주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 둔산경찰서 월평치안센터 유길선 센터장(오른쪽)이 월평복지관에서 관내 노인들 을 대상으로 장수사진을 촬영해주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예쁘게 찍어 줘야 혀.” “아이고 할머니 걱정 마슈. 열 살은 젊게 나오게 할 테니.”

14일 오후 4시 대전 서구 월평동 월평사회복지관 경로당. 한쪽에 마련된 임시 스튜디오에서 동네 노인들이 차례로 의자에 앉아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대전 둔산경찰서 월평치안센터 유길선 센터장(56). 군 복무시절부터 아름다운 경관과 도시풍경, 인물 등을 앵글에 담아온 그는 지금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국립대전현충원 사진공모전과 대전시 사진대전 대상 등 각종 대회에서 30여 차례 입상하면서 사진은 취미를 넘어 재능이 됐다.

2010년 말 월평치안센터로 발령받은 그는 유독 저소득층과 독거노인들이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노인들의 영정용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다.

“처음 몇 분을 상대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입소문이 나서 주말과 휴일은 거의 반납하고 다른 지역으로 ‘출장’도 다녀요. 하지만 어린 소년소녀처럼 웃는 노인들을 보면 이 일이 꼭 필요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에 피로를 잊게 됩니다.”

지금까지 그가 사진을 찍어준 노인은 1200여 명. 대전 지역 최고령자인 114세 김금홍 할머니도 포함돼 있다. 인화비용과 액자값만 해도 만만치 않은 액수다. “동네 장례식장에 가끔 들르면 제가 찍어드린 사진이 장수사진이 아니라 슬픔을 기리는 데 사용돼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는 사진 촬영 때마다 “어르신 괜히 주민번호 물어보는 전화가 오면 무조건 끊어야 돼유. 도깨비거든유”라는 식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교육도 한다.

둔산경찰서 한 간부는 “유 센터장도 넷째 아들이면서 90세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다”며 “적어도 유 센터장 근무지 주변에선 미처 영정사진을 준비하지 못해 당황하는 상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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