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단 연극배우 노모 씨(28)는 지난해 10월 5일 오전 3시 반경 울음 섞인 목소리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없어졌다는 차는 버스를 들이받아 완파된 채 발견됐다. 노 씨는 “어떤 ××가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절규해 경찰마저 안타깝게 만들었다.
경찰은 범인을 찾기 위해 차량 핸들의 지문을 조사했지만 노 씨 것만 발견돼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신고 당시 그가 만취 상태였던 것도 의심스러웠다. 경찰은 노 씨가 차를 도난당한 뒤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2개월간의 추적 끝에 택시운전사 김모 씨(48)를 찾아냈다. 김 씨는 “노 씨가 택시 안에서 ‘친구가 뺑소니 사고를 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노 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차를 두고 도망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무마하려고 허위 신고를 하며 ‘명연기’를 펼친 것. 경찰 관계자는 “연극배우답게 연기가 워낙 탁월해 처음엔 아무도 의심하지 못했다”며 “증거와 목격자 진술이 나온 지금도 ‘나는 도난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사고 신고로 보험금까지 타낸 노 씨를 보험사기와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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