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샌델교수 채널A 공개특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9일 03시 00분


“당신이 대통령 된다면 반값 등록금 하겠는가”
2시간반 ‘공생’ 쌍방향 대화

오픈 스튜디오 ‘열린 토론’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8일 채널A 오픈 스튜디오에서 ‘특별토론 공생발전과 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투명 통유리 외벽으로 녹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 주변 청계광장 일대를 지나가던 시민들도 바깥에서 스피커 중계와 마이크를 통해 토론에 참여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오픈 스튜디오 ‘열린 토론’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8일 채널A 오픈 스튜디오에서 ‘특별토론 공생발전과 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투명 통유리 외벽으로 녹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 주변 청계광장 일대를 지나가던 시민들도 바깥에서 스피커 중계와 마이크를 통해 토론에 참여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오늘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보았습니다. 정의와 공정, 연대, 공공성 등 커다란 이슈에 대해 남녀노소 함께 모여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며 토론을 벌인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사옥 1층 채널A 오픈 스튜디오에서 공개 특강을 진행했다. 채널A와 동아일보,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박진근)가 공동 기획한 ‘특별토론 공생발전과 정의’ 특강에서 사회를 맡은 샌델 교수는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김주성 한국교원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홍권희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 4명의 전문가 패널과 함께 2시간 반 동안 토론을 이끌었다.

토론 첫머리에서 샌델 교수는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시장 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냈으나 그에 수반되는 소득격차 확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공정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쌍방향’ 대화로 방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앞서 상대방을 존중해 가며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논쟁을 벌이는 공론화 습관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 이날 오픈 스튜디오는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샌델 교수가 소크라테스처럼 청중과 패널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들의 토론에 불을 붙이는 열띤 공론의 장이었다. 채널A는 이날 녹화된 공개 특강을 20일 오후 8시 50분부터 방송한다.

[채널A 영상/뉴스A]마이클 샌델 교수, 채널A서 공개 토론

○ 공생발전 성찰하는 쌍방향 공론장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는 공정하지 않다. 아니다, 불평등은 저마다 노력의 결과이므로 꼭 공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성공에는 노력보다 운이 더 크게 작용한다. 아니다, 성공에 노력보다 운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 없다.” “만약 여러분이 대통령이 되어 100억 원의 예산을 쓴다면 노령 연금을 확충하겠는가,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겠는가.”

샌델 교수는 동시통역으로 진행된 토론 내내 상반되는 명제들을 제시하며 청중이 손을 들어 의견을 표명하길 주문했다. 그는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고령화 사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등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현안을 다루면서 그 바탕을 이루는 부분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하도록 유도했다.
▼ 방청객 호명하며 질문… 뜨거웠던 ‘아테네 학당’ ▼
상반되는 명제들 제시… 방청객 40여명과 토론… 내일 오후 8시 50분 방송

채널A ‘특별토론 공생발전과 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토론에 참여
한 청중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공론의 장에 필요한 기본자세인 경청과 존중을 보였
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채널A ‘특별토론 공생발전과 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토론에 참여 한 청중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공론의 장에 필요한 기본자세인 경청과 존중을 보였 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샌델 교수가 토론에 참여한 청중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가며 질문하는 모습은 하버드대 명강의로 꼽히는 그의 ‘정의’ 수업과 다름없었다. 토론의 열기가 뜨거워질 때마다 그는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오른손으로는 요점을 강조하는 특유의 제스처로 좌중을 이끌었다.

샌델 교수는 ‘세계화된 경제에 적응하는 능력도 운에 좌우될까’에 대한 토론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농구공을 골대에 잘 넣는 능력 덕분에 높은 연봉을 받는다. 마침 우리 사회가 농구를 즐기기 때문에 그의 기량이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보다 전쟁이 중요했던 수백 년 전에도 공 잘 던지는 사람에게 그만큼 대우를 해줬을까? 이런 시대를 타고난 것은 조던의 운이 아닐까?”

그가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는 방안과 빈곤층 대학생에게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 중 어떤 것을 지지하느냐”고 물으면서 젊은 방청객들의 의견이 한층 활발히 오갔다. “빈곤층 대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준다면 걱정 없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게 돼 최상의 성과를 낼 것이다.”(방청객 1) “장학금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가면 연대감이 저해돼 사회적 의무 이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방청객 2)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엔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빈곤층에게만 장학금을 지원함으로써 격차를 줄이고 기회의 평등을 유도하는 게 낫지 않을까. 복지는 모두가 가져가는 선물 보따리가 아니다.”(방청객 3)

○ 오픈 스튜디오가 이끈 ‘살아 있는 아테네 학당’

이날 특강에는 채널A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방청 신청을 한 뒤 추첨으로 뽑힌 방청객 4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의 손에는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들려 있었다.

스튜디오 안쪽의 방청객들 외에도 300명이 넘는 시민이 밖에서 토론을 지켜봤다. 외벽이 투명 유리로 만들어져 녹화 과정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 덕분이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외부에 설치된 대형 컬러TV 2대와 스피커를 통해 스튜디오 안의 특강을 지켜봤고, 스튜디오 내 방청객처럼 마이크를 잡고 직접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원상 씨(23·대학생)는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 강의 동영상을 보고 직접 강의를 들어 보고 싶었는데 밖에서도 방청할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교수 혼자 일방적으로 말하는 강의가 아니라 패널 및 방청객과 소통하며 여러 의견을 듣는 모습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신재섭 씨(26·대학원생)는 “지나가다 우연히 토론을 구경했는데 오픈 스튜디오로 누구나 강의를 듣게 하고 밖의 시민들에게도 발언권을 주는 형식은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시도”라고 말했다.

이날 채널A의 오픈 스튜디오와 주변 청계광장 일대는 남녀노소가 정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살아 있는 아테네 학당’이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박고은 인턴기자 중앙대 불어불문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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