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주부 이희진 씨(35)는 최근 첫째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 교사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올해 3월 만 5세반으로 올라가지만 무상급식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사업비 절반(약 17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용인시가 예산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치원 무상급식이 시작된 지난해 2학기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전액 사업비를 부담했지만 올해부터 시군이 절반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며 벌어진 현상이다. 이 씨는 “바로 옆 성남이나 수원에서는 되는데 왜 우리는 혜택을 못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황당해했다. ○ 복지 혜택 ‘빈익빈 부익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복지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재정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지역별로 복지 혜택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자체별 재정 격차가 큰 경기지역에서 두드러진다. 경기지역에서 유치원 무상급식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한 곳은 용인 평택 군포시 등 14개 시군에 이른다. 중학교 무상급식도 오산시 등 14곳에서는 실시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지역의 유치원생과 중학생을 자녀로 둔 가정은 다른 지역 가정에 비해 연간 최소 100만 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이뿐 아니다. 과천시는 올해부터 장례 때 화장하는 주민에게 50만 원을 지급한다. 부천 안양 의정부시 등 경기지역 10여 개 시군에서만 이런 장려금을 주고 있다. 성남과 구리시에서는 승객들이 콜택시를 이용할 때 추가로 내는 ‘콜비’(1000원)도 지원한다. 80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장수수당도 가평군 등 재정이 열악한 시군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지방에서도 차별 복지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올해 초등학생 학습준비물 지원에 42억8000만 원, 수학여행비 지원에 21억8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공립초교 143곳, 10만8000여 명. 그러나 광주교대 부설초교와 사립 살레시오초교 등 4곳을 제외해 말로만 ‘보편적 복지’라는 지적이다.
○ 갈수록 더 심각해지는 게 문제
지역별 복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정부 복지사업 영향 탓이 크다. 정부가 국비와 지방비 매칭 방식의 복지사업을 계속 확대하면서 지자체들은 자체 사업은 고사하고 기존 사업마저 축소할 판이다. 보육료 지원사업의 경우 2010년 소득 하위 50% 이하가 전액 지원 대상이었지만 지난해 70% 이하까지로 확대됐다. 이 때문에 경기지역은 대상자가 17만4000명에서 23만9000명으로 6만5000명이 늘어났고 사업비도 8302억 원에서 1조161억 원으로 1859억 원 증가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당장 3월부터 0∼2세 영·유아 보육료 지원이 시작되면 경기도는 469억 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31개 시군도 같은 금액을 내놓아야 한다. 서울시와 자치구도 올해 0∼2세 보육료 전액 지원 1062억 원, 내년 3∼4세 보육료 전액지원 400억 원, 내년 0∼2세 양육수당 지원 확대 715억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김희연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적으로 통일성 있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직접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발 주민 ‘낙선운동’ 불사
주민 반발도 표면화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지회는 무상급식 차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해당 기초단체장 소속 정당 후보 낙선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유근종 회장(57)은 “선거를 앞두고 복지정책이 쏟아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복지사업은 단계적으로 실시하더라도 차별 없이 이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달 중 보육료 국고 부담을 현행 20%에서 50%까지 늘리도록 ‘보조금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올해 0∼2세 보육료 전액 지원, 내년 양육수당 소득 하위 70%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지자체와는 단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며 “이미 예산이 확정돼 추가 재원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 국비 보조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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