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가 서울고법 민사2부 박홍우 부장판사를 상대로 일으켰던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18일 개봉)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이 영화는 19일 오후 현재 4만80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순위 3위에 올랐다. 영화는 김 전 교수의 항소심 재판과정을 다루면서 사법부를 비판한다. 김 전 교수의 행위를 사법부의 절대적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과도한 판결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김 전 교수(극중 이름 김경호) 역은 배우 안성기가 연기했다. 김 전 교수는 대학 재임용 탈락과 관련한 소송에서 패소하자 박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쏜 혐의가 인정돼 4년간 복역한 뒤 2011년 초 출소했다.
극 중 문성근이 연기한 신재열 판사는 신경질적으로 피고 측의 요청을 무시한다. 이 역에 해당하는 실제 인물은 당시 서울동부지법 형사1부 신태길 부장판사. 영화에서 피고 측은 부장판사가 맞았다는 부러진 화살이 법정에는 증거물로 나오지 않은 점 등에 대해 검찰 측이 증거를 제출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재판부가 묵살한다. 박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라는 요청 등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지영 감독은 “영화 내용 대부분은 사실이며 재판 과정은 공판기록에 입각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박훈 변호사도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법정 안 장면은 실화”라며 공판 속기록과 박 부장판사의 증언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사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디 @aimhighpictures인 트위터리안은 “법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이디 @dhekanf는 “이 영화가 실제의 철저한 반영이라는 게 참 슬프고도 답답하다”고 적었다.
하지만 영화가 김 전 교수 쪽의 주장만을 대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증거 채택 등은 소송지휘권의 일환으로 판사의 전권”이라며 “여론재판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석궁 테러의 피해자인 박홍우 현 의정부지법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그것에 대해 의견을 내면 안 될 것 같다. 언젠가는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이달 초 대법원은 각 법원에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는 재판 당시 김 전 교수의 주장과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및 근거 등을 담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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