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내가 받은 2억은 나쁜 돈, 郭이 준 것은 착한 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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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1일 03시 00분


징역3년 박명기 “형평 어긋나”

“똑같은 2억 원인데 주는 사람에게만 ‘순수한 돈’이고 받은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돈입니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후보 사퇴 대가로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54·사진)는 20일 이렇게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날 오전 10시 자신이 수감된 경기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로 찾아온 소송 대리인 이재화 변호사와의 면담에서다. 곽 교육감은 1심에서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고 곧바로 석방돼 집에서 설 명절을 쇠게 됐지만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설을 구치소에서 보내게 된 박 교수는 절대 승복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입장이었다고 이 변호사가 전했다.

이 변호사는 “곽 교육감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되거나 적어도 같은 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판결 내용을 보고 박 교수가 충격을 크게 받았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선고 직전 입회계장이 법대 위에 재판부 도장을 슬쩍 올려놓는 것을 보고는 ‘석방지휘서에 도장을 찍으려나 보다. 오늘 둘 다 석방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이 변호사에게 “재판부는 곽 교육감이 윤리적 동기에서 2억 원을 건넨 것이라고 보고 이를 양형에 고려했는데 돈을 받은 나에게는 돈의 성격을 달리 적용해 양형을 했다”며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통상 선거범의 경우 돈을 받은 사람보다는 준 사람을 더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곽 교육감이 더 무거운 형을 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돈을 주고 그 이익을 얻은 사람이 벌금형을 받았는데 돈을 받은 사람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는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 “후보 단일화 직전에 했던 이면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곽 교육감과 공감을 했고 곽 교육감도 나의 어려운 사정을 보고 2억 원을 주겠다고 한 것이었다”며 “재판부 역시 당시 합의를 한 것은 범죄사실로 판단하지 않았는데 양형에는 이를 고려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이날 항소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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