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의 연쇄자살로 지난해 1월부터 KAIST 캠퍼스에 몰아쳤던 당혹과 참담의 회오리는 일단 멈췄다. 하지만 서남표 총장의 거취를 둘러싼 학교와 교수협의회, 이사회, 교육과학기술부 간 공방으로 캠퍼스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물러나라는 쪽은 “서 총장이 학교 재정을 파탄 낸 것은 물론이고 교수를 특혜 임용하고 학교 사업의 특허를 개인 명의로 취득하는 등 사익을 취했다”고 주장한다. 서 총장은 “테뉴어(정년보장) 통과 가능성이 희박한 교수 등 일부 반대 교수들이 근거 없는 인신공격을 펴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런 가운데 총장 해임권한을 쥔 이사회가 조만간 교수협의회의 총장 해임요구안을 안건으로 채택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사퇴 마땅” vs “‘닥치고’식 비판”
교수협은 서 총장이 무분별한 펀드 투자로 300억 원의 재정 손실을 가져오고도 이 같은 사실을 축소 은폐하고 책임을 전가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펀드투자는 홍창선 전 총장 재임 시절인 2003년 시작된 데다 지난해 말까지 전체적으로 58억 원의 이익을 냈다고 반박했다. 온라인전기자동차와 모바일하버 등 KAIST 대형 투자 사업의 특허를 서 총장이 다량 보유했다는 교수협의 주장으로 도덕성 논란이 일었다. 교수협은 “서 총장이 이들 사업 특허에 자신의 이름을 47건 등록했고 이 중 4건은 개인 명의여서 사익 추구가 명백하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서 총장은 두 사업의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정기적으로 기술연구회의를 주관했다”며 “아이디어 제공자가 특허등록을 하지 않으면 특허분쟁 발생 때 패배하기 쉽다는 점을 교수들 스스로가 잘 알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서 총장이 자신을 KAIST 총장에 추천했던 김우식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의 아들 K 씨를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로 신규 임용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교수협은 2010년 국정감사에서 K 교수 부친에 대한 특별우대가 문제되자 K 교수 임용 절차를 미루다 지난해 말 급속히 처리한 의혹이 있다며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하지만 대해 학교 측은 “부친을 의식해 오히려 학과에서 승인했지만 재심사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 다음 달 7일 이사회에 관심 집중
이사회는 다음 달 7일 임시 이사회에서 최근 사퇴했거나 임기가 만료된 이사 4명을 교체한 뒤 3월 정기이사회에서 교수협이 이달 12일 75.5%의 찬성률로 제출한 서 총장 해임요구안을 안건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서 총장 개혁에 우호적이었던 이사 4명이 비우호적인 인사로 채워지면 이사 15명(당사자인 서 총장 표결 참여 배제) 가운데 반대파가 8명으로 1명 많다. 이사회 관계자는 “서 총장이 교수협 등이 참여한 비상혁신위원회 요구사항을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약속해 총장으로서 리더십을 상실했다”며 “리더십을 회복해 다시 학교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정부와 이사회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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