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다급한 목소리로 경찰 112에 강도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이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장모 씨(63·여)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거실과 욕실에는 장 씨가 흘린 피가 흥건했다. 장 씨는 “샤워 중에 강도가 들어와 엉덩이와 가슴 부위를 칼로 찌르고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출혈이 심한 장 씨를 병원으로 옮기고 현장 수사를 시작했다.
베테랑 강력계 형사 눈에는 곧 의심스러운 증거가 발견됐다. 출혈이 심해 위급했던 장 씨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직접 핏자국을 지우려 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정작 외부에서 강도가 들어온 흔적은 없었다. 경찰의 추궁에 결국 장 씨는 진실을 털어놓았다. 평소 술만 마시면 실수를 하던 장 씨는 “술에 취해 옷을 갈아입다 넘어져 거실 유리창을 깨 다쳤다고 하면 남편과 자식에게 혼날까 봐 거짓말을 했다”며 “지혈을 해도 유리창에 찔린 엉덩이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핏자국도 다 지울 수 없어 이웃을 부르고 강도를 당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수서경찰서는 경범죄처벌법상 허위신고를 한 장 씨에게 10만 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이 가능하지만 소형 임대아파트에 사는 장 씨의 가정형편을 고려해 내사 종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가 이웃과 가족의 눈은 속였지만 경찰까지 속일 순 없었다”며 “술버릇을 고치는 반성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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