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학 기성회비, 학생에게 돌려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8일 03시 00분


1심 “부당이득” 판결… 국공립대생 4224명 승소
소멸시효 10년이내 납부한 졸업생들 줄소송 예상

국공립대가 사실상 강제적으로 징수해온 기성회비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부당이득인 만큼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 따라 향후 국공립대가 임의로 결정했던 기성회비 납부의 정당성을 놓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대학을 포함한 전국 53개 국공립대 졸업생도 소멸시효(10년) 이내에 기성회비를 납부했다면 소송을 통해 일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전국적인 줄소송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일연)는 27일 서울대 등 8개 국공립대 학생 4224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에서 “각 대학 기성회는 학생들에게 각 10만 원과 이 돈에 대해 지난해 1월 초부터 연 20%의 이자율로 계산해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성회비는 규약에 따른 자율적인 것으로 고등교육법에서 등록금으로 명시한 입학금과 수업료와는 그 성격과 취지가 다르다”며 “기성회비가 그동안 수업료 등 인상에 대한 재학생의 저항과 국가의 적극적인 감독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각자 가입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회비를 납부했다는 점만으로 회원 가입의사를 표시하거나 규약을 인정했다고 볼 수 없다”며 “대학이 기성회비를 입학금 수업료 등과 함께 일괄 고지했기 때문에 원고 학생들 대부분은 기성회비를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착오로 납부한 점이 인정되므로 받은 측에서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낸 학생들은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금액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했으나 향후 금액을 높여 추가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지난해 서울대의 기성회비는 연간 550만9000원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 중 경북대 학생 황모 씨의 경우 아버지가 경북대 기성회 이사로 선출돼 약 2년간 이사로 재임하면서 이사회의 결정에 참여한 점을 감안해 “아버지 황 씨가 기성회 규약에 이의 없이 아들의 기성회비를 납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경상대 공주대 공주교대 창원대 학생들은 2010년 “법적 근거가 없다”며 1인당 10만 원씩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사립대는 2000년대 초 기성회비 징수를 중단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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