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가 사실상 강제적으로 징수해온 기성회비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부당이득인 만큼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 따라 향후 국공립대가 임의로 결정했던 기성회비 납부의 정당성을 놓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대학을 포함한 전국 53개 국공립대 졸업생도 소멸시효(10년) 이내에 기성회비를 납부했다면 소송을 통해 일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전국적인 줄소송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일연)는 27일 서울대 등 8개 국공립대 학생 4224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에서 “각 대학 기성회는 학생들에게 각 10만 원과 이 돈에 대해 지난해 1월 초부터 연 20%의 이자율로 계산해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성회비는 규약에 따른 자율적인 것으로 고등교육법에서 등록금으로 명시한 입학금과 수업료와는 그 성격과 취지가 다르다”며 “기성회비가 그동안 수업료 등 인상에 대한 재학생의 저항과 국가의 적극적인 감독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각자 가입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회비를 납부했다는 점만으로 회원 가입의사를 표시하거나 규약을 인정했다고 볼 수 없다”며 “대학이 기성회비를 입학금 수업료 등과 함께 일괄 고지했기 때문에 원고 학생들 대부분은 기성회비를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착오로 납부한 점이 인정되므로 받은 측에서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낸 학생들은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금액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했으나 향후 금액을 높여 추가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지난해 서울대의 기성회비는 연간 550만9000원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 중 경북대 학생 황모 씨의 경우 아버지가 경북대 기성회 이사로 선출돼 약 2년간 이사로 재임하면서 이사회의 결정에 참여한 점을 감안해 “아버지 황 씨가 기성회 규약에 이의 없이 아들의 기성회비를 납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경상대 공주대 공주교대 창원대 학생들은 2010년 “법적 근거가 없다”며 1인당 10만 원씩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사립대는 2000년대 초 기성회비 징수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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