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강행 郭교육감, 내년 고교선택제 사실상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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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8일 03시 00분


강북서 강남학교 가기 더 힘들어져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복귀하자마자 학생인권조례 공포를 강행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고교선택제 개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곽 교육감이 추진 중인 방안은 사실상 고교선택제를 폐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또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부적으로는 A, B의 개편안 가운데 B안이 결정된 상태다. B안은 인접한 2개 학군을 하나로 묶은 ‘통합학군’에서 2∼5개 학교를 선택한 뒤 학생들의 성적을 고려해 배정하는 방식이다. 학교별 신입생 성적 분포를 고르게 하려는 의도다. 반면 A안은 희망자에 한해 중부학군 학교를 2, 3곳 지원받아 배정하고 나머지를 거주지 인근 학교에 배정하는 방식이다.

곽 교육감은 학교 서열화와 학교 간 학력 격차를 이유로 고교선택제 폐지를 시사해 왔던 터라 B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B안은 서울 전역에서 학교를 2곳 선택할 수 있는 현행 방식과 다른 데다 성적을 고려해 배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고교선택제 폐지나 다름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곽 교육감도 B안에 동의하고 있다. B안은 특정 학교에만 상위권 학생 혹은 하위권 학생이 몰려 학습과 생활지도가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대영 부교육감이 3월 말로 미뤘던 고교선택제 개편안 발표도 조금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교육청은 우선 다음 달까지 중학교 3학년 8만여 명에게 개편안에 따른 모의 배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30일 서울 전체 중학교 교감과 3학년 진학담당 부장교사를 대상으로 ‘모의배정 원서 작성 설명회’를 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일반고 배정을 받은 3학년 학생들에게 개편안에 따라 다시 학교를 선택하게 한 뒤 학교별 성적분포를 고르게 할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며 “개편안이 적용되는 예비 중3은 향후 다시 모의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선택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이 방안이 발표되면 반발이 예상된다. 예비 중3 딸을 둔 김모 씨는 “현재 방식에서는 이사를 안 가도 강남의 학교를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개편안이 적용되면 중3이 되기 전에 이사를 가거나 과거처럼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박모 씨는 “성적을 고려하다 보면 집에서 먼 학교에 배정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의 성적을 고루 분포시킨다는 게 학력 신장을 위해서 좋은 방법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상임대표는 “인권을 중시한다는 교육감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박탈하려 한다”며 “고교선택제로 학교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장점이 있었는데, 교육감의 철학으로 시행 3년 만에 제도를 바꾸는 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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