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가 학생의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는 원래 뜻과 달리 입시 위주로 운영되고 사교육도 줄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전체 51개 자율고 가운데 45곳과 학생 2247명, 학부모 20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등록금 부담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꼽았다. 단점을 묻는 질문에서 5점 만점으로 등록금(학생 4.11, 학부모 3.76)과 학생부담 추가경비(학생 3.92, 학부모 3.36) 항목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만족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잠재력과 창의력 신장(학생 3.03, 학부모 3.28)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학생 3.26, 학부모 3.32)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학생 3.13, 학부모 3.31)의 점수가 가장 낮았다. ‘다시 선택하더라도 이 학교를 지원한다’(학생 3.10, 학부모 3.37)는 문항 역시 점수가 낮았다.
이런 불만을 반영하듯 학생의 71.1%(1450명)가 학교교육과 별도로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0년 고교 사교육 참여율 52.8%(고교 전체), 61.1%(일반계고)를 훨씬 웃돈다.
영어와 수학 등 일반 교과목의 사교육을 받은 학생 중 21.3%는 월평균 80만 원 이상을 지출한다고 응답했다. 2010년 일반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6만5000원이다. 일반고의 3배에 이르는 등록금(연평균 444만2400원)을 내면서 사교육 부담까지 지고 있는 셈이다.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는 ‘수능 준비를 위해’(44.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수업시간과 교원 채용도 입시과목 위주였다. 수업 시간이 늘어난 과목은 수학(86.8%)과 영어(81.6%)가 대부분이었다. 사회와 과학시간을 늘린 자율고는 각각 13.2%와 15.8%에 그쳤다. 기술·가정, 제2외국어를 늘린 학교는 아예 없었다. 자율고 전환 후에 새로 뽑은 교원 역시 수학 영어 국어 과목 순이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을 자율고의 가장 높은 점으로 지적했다. 연구진은 “자율형사립고의 교육과정이 입시 명문고의 탄생을 유도하는 내용으로 운영된다는 우려를 완전히 불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지정 조건 강화,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따른 선발기준 개발 등의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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