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女공무원 챙기는게 정무부지사 본업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여성이니까 그렇겠죠, 뭐.” 경북도의 한 남성 직원은 이인선 정무부지사가 엊그제 여성정책관 신설 등 여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추진단장을 맡은 데 대해 이같이 촌평했다. 이런 뒷말이 직원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겠지만 이 부지사가 귀 기울일 측면이 있다.

지난해 11월 경북도의 첫 여성 부지사로 발탁된 이 부지사는 취임식에서 “투자 유치와 과학산업 기반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 원장과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발휘하겠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런데 이 부지사는 취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투자 유치나 과학기술이 아닌 여성정책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는 “여성 공무원들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환경을 조성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인사와 복지 등 여직원을 배려하는 여러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과 가정’은 여직원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다. 남성 직원들의 책임이 더 무거울 수도 있다. 직장과 가정에 관한 한 여성과 남성을 구태여 구별해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광역지자체에서 ‘정무(政務)’ 부단체장의 기본 역할은 ‘내부’가 아니라 중앙부처와 국회, 기업 등 ‘외부’이고 핵심은 경제다. 내부 직원에 대한 이런저런 정책은 정무 부단체장이 나서지 않더라도 행정 부단체장과 실국장 등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부산 울산 광주 전남 충남 등 많은 광역지자체가 수년 전 정무라는 말을 ‘경제’로 바꿨다. 대구시도 올해부터 경제부시장으로 바꾼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부단체장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김관용 도지사는 27∼29일 일본을 방문해 경북에 투자한 기업인들을 만나 투자 유치 협력을 강화했다. 새해 첫 투자 유치 활동에 김 지사가 아닌 이 부지사가 단장을 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투자 유치는 이 부지사가 강조하는 과학기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경북도 안팎에는 이 부지사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가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치 여성 지위 향상에 앞장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경제와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 과학기술 기반 구축이라는 정무부지사의 임무와는 거리가 멀다. “투자 유치 전쟁터에 창조적 도전정신으로 정면 대응하겠다. 과학기술 분야에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하겠다”던 취임식 때의 다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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