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해지기 쉬운 재수생활의 약점 극복하려면…

  • Array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치밀한 학습계획-자기통제-리듬유지가 성패 좌우


대학이 정시모집 합격자를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재수를 택하려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2011학년도 서울 소재 주요 15개 대학의 입학정원 4만여 명 중 재수생은 1만8000여 명. 단순히 계산하면 전체 재수생 15만여 명 중 12% 정도가 주요 대학에 합격한 셈이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위권 대학에 재수생이 많다는 통계를 낙관적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주요 대학에 합격한 재수생은 대부분 다른 명문대에 합격했던 반수생이거나 원래 상위권인데 전략을 잘못 세워 재수를 택한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재수생활의 치명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성공하기는 어렵다.

○ 시간관리의 불리함을 극복하라

재수생은 고교 3학년에 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래서 정시나 수능 비중이 높은 수시전형에서 재수생이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재수생은 고교 3학년보다 시간관리에서 불리하다. 학교는 수업 시간표가 있고 정해진 과목과 범위에 따라 중간·기말고사를 보기 때문에 공부 계획을 따로 세우지 않아도 된다. 재수생은 모든 학습 계획을 스스로 짜야 한다.

재수생 김동영 씨(19)는 고교 3학년 시절 수학 과학에서 1등급을 받아 연세대 고려대의 수시 우선선발을 노리겠다는 입시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수능에서 기대 이하의 점수를 받아 낙방한 뒤 재수를 결심했다. 그는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한 게 실패 원인”이라며 공부에 몰두한 결과 목표로 했던 연세대 신소재공학과에 합격했다.

김 씨는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1주 단위로 계산해 과목별로 배분했다. 보통 자습할 수 있는 시간을 평일에는 5시간, 주말에는 10시간으로 잡고 총 45시간을 자신의 문제 푸는 속도에 맞춰 영역별로 나눴다.

언어는 15시간, 수리 외국어 탐구는 10시간씩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취약 과목인 언어는 3시간을 오답노트 정리시간으로 따로 잡았고 주말에는 모의고사 푸는 시간도 정했다. 가끔 지칠 때는 친구들과 만나 놀았다. 노느라 공부하지 못한 시간은 반드시 다음 주에 보충했다.

김 씨는 “문제 푸는 속도는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속도에 맞춰 공부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스스로를 구속하라

재수생의 또 다른 약점은 구속력이 약하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는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일정한 시기마다 시험을 치르면 된다. 재수생은 학원에 다닌다고 해도 마음대로 수업을 빠지거나 그만둘 수 있다. 강한 의지가 없으면 수험생활을 꾸준히 이어가기 어렵다.

재수생 최경석 씨(20)는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구속하는 방법을 썼다. 처음 학원에 다닐 때는 집에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잦았다. 이래선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자 집을 떠나 학원 근처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오후 11시까지 공부한 뒤 고시원에서 자고 오전 6시 30분이면 학원에서 공부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는 “고교 3학년 때 운 좋게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온 적이 있다. 그때부터 나태해진 것이 실패 원인으로 보인다”며 “정신적으로 해이해지는 것을 제일 경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 개념서를 처음부터 공부했고 매일 아침에 언어 지문 5개를 읽었다. 공부가 가장 잘되는 오전 시간에는 취약 과목인 언어와 외국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최 씨는 “고교 3학년 시절엔 문제를 다 푸는 데 의의를 뒀지만 재수 때는 문제와 관련된 지식을 알아내는 데 의의를 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2011학년도 수능에선 언어 수리가 4등급에 불과했지만 2012학년도에는 언어 수리 외국어가 모두 1등급이 됐다. 그는 고려대에 합격한 상태로 서울대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 학습리듬을 끝까지 유지하라

재수를 하면서 집중력을 잃으면 수능이 다가올수록 성적이 오르지 않고 떨어지기 쉽다. 입시전문가들에 따르면 3월 모의평가 이후에는 재수생의 성적 향상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9월 모의평가 이후부터는 상승세가 둔화되고 오히려 떨어진다. 반면 고교 3학년은 대부분 3월부터 수능까지 학습 리듬이 일정해 막판에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

최 씨는 “9월 이후에는 목표했던 공부를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 할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학습 리듬을 일정하게 하려고 9월 이후부터는 파이널 문제집을 시간을 재면서 계속 풀고 기출문제를 다시 풀었다. 또 EBS 교재를 한 권당 다섯 번씩 본다는 목표를 세워 끝까지 공부를 이어 나갔다.

재수생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약점도 있다. 이미 실패를 겪은 상태라 자격지심을 갖기 쉽다. 재수 생활을 같이 하는 동료나 가족과 갈등을 일으키거나 이성 또는 음주에 빠지기도 한다.

실패에 대한 심적 부담을 크게 느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체력적 한계에 부닥치는 수험생도 많다. 특히 6월 모의평가 결과가 나오는 여름에 성적이 떨어질 경우 슬럼프로 이어질 수 있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재수 생활이 무조건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성공하려면 재수를 하려는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나쁜 습관을 잘라내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