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로스쿨 269명 학사경고… 우울증-휴학 잇달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학점 상대평가 강화하자 ‘공부벌레들’ 스트레스 더해…“과목별 학점배분 재검토를”

서울의 A대 로스쿨 2학년생 B 씨(25)는 지난해 여름 학교 상담센터를 찾았다. 4.3점 만점에 2점대 초반의 성적을 받은 뒤였다.

그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난생처음 이런 점수를 받으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취업에서 학점이 중요한데, 낮은 점수를 받고 다 포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방의 C대 로스쿨 1학년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차상위계층 특별전형으로 등록금이 전액 면제됐으나 학사경고를 받은 탓에 2학기부터 등록금을 내게 되자 괴로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지난해부터 ‘학사관리 강화방안’을 시행하면서 생긴 일들이다.

○ 학점 스트레스에 우울증


학사관리 강화방안은 로스쿨 간의 학점 신뢰도를 확보하고 학생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일부 실무기초 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 엄격한 기준의 상대평가를 적용한다. 성적 비율은 △A+ 7%, A0 8%, A― 10% △B+ 15%, B0 20%, B― 15% △C+ 9%, C0 7%, C― 5% △D 4%다.

동아일보가 1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입수한 ‘2011학년도 1학기 전국 로스쿨 학사경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첫 학기에 269명(4.7%)이 학사경고를 받았다.

1학년은 재학생 2047명 가운데 6.3%(129명), 2학년은 재학생(1939명)의 4.7%(91명), 3학년은 재학생(1748명)의 2.8%(49명)였다. 한 학기 평점이 C0 이하이면 학사경고, 2학기 연속이면 유급, 3회면 제적되는 규정에 따라 실제로 유급생도 나왔다.

D대 로스쿨 3학년 학생은 “1학년 때 D를 받고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 기준 완화 필요성 검토


학점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수강인원이 적거나 필수가 아닌 과목은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강의를 듣는 학생 수가 적을수록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의 E대 로스쿨 1학년 학생은 “인원이 적거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보이는 수업은 빼고, 대형 강의나 필수과목만 집중적으로 수강한다”고 말했다. F대 로스쿨 G 씨도 “절대평가를 하는 영어강의는 수강 신청이 넘친다”고 전했다. 이처럼 학점을 받기 유리한 과목 위주로 수강 신청을 하는 사례가 늘어 ‘학점 쇼핑’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학사관리 강화방안이 다양한 전문지식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로스쿨 취지를 흐린다고 지적한다. 전북대 로스쿨 정영선 교수는 “학점 때문에 로스쿨 본연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기존의 사법시험 제도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 전국 로스쿨을 대상으로 ‘상대평가 실태조사’를 끝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교과부에 ‘선택과목이라도 상대평가를 완화해달라’고 정식 건의할 계획이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남윤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이지영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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