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심판하겠다’ 문자메시지 보낸 경찰간부 징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3일 14시 16분


경찰관들을 격려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에 '심판하겠다'란 내용의 답신을 보내 물의를 빚은 경찰간부가 징계를 받았다.
경남지방경찰청 보통징계위원회는 3일 양영진 경감(39)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성실·품위유지 의무와 경찰공무원 복무규정을 위반한 점이 인정된다며 감봉 2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위는 양 경감의 직무태도, 비슷한 사례에 대한 처벌내용 등을 고려해 징계수위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징계에는 견책, 감봉의 경징계와 정직, 강등, 해임, 파면의 중징계가 있다.

징계위에 출석한 양 경감은 "잘못된 행위를 반성하며 이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징계 결정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책임을 통감하며 징계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재차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수사관들이 수사권 문제에 신경쓰지 않고, 국민들을 위한 수사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양 경감은 설 연휴 첫날인 지난달 21일 이 대통령이 보낸 격려 문자메시지에 "검찰 공화국을 검찰 제국으로 만드셔 놓고 무슨 염치로 이런 문자를 일선 경찰관에게 보내셨느냐.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한 처사, 시대를 거꾸로 돌려놓으신 행보에 대해 제복을 입은 시민이자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심판하겠습니다"는 답신을 보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과 답신한 문자메시지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문제가 되자 삭제했다. "의도와 다르게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으로 오해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글도 썼다.

그러나 조현오 경찰청장은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조 청장은 "제복을 입은 공무원으로서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부적절한 내용으로 답변을 보냈다. 매우 실망스럽고 경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양 경감은 지난달 말 경남경찰청 정기 간부인사를 통해 진해경찰서 수사과장에서 경남경찰청 경비교통과 교통지도관으로 문책성 전보됐다.

경찰대 12기로 수사분야에서 주로 근무한 양 경감은 지난해 총리실의 수사권 조정 강제조정안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수사 경과(警科) 반납운동을 주도하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나 토론회에서 경찰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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