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낼 필요가 있습니다.”(김지윤 전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
“혜택은 똑같이 받는데 세금만 서로 다르게 내라? 그건 안 됩니다.”(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이준석 비대위원과 ‘고대녀’ 김지윤 씨가 고려대 교육방송국 주최로 열린 대학 등록금, 세금제도, 청년실업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3일 오후 5시 반 고려대 교육방송국에서 시작한 토론은 학생 70여 명이 관객으로 참여한 가운데 두 시간가량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김 씨는 2008년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패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할 때 화면 아래에 고려대 학생이라는 자막이 떠 ‘고대녀’란 별명을 얻었다.
토론회에 앞서 예고한 대로 등록금 문제는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반값 등록금과 여권에서 추진하는 차등적 등록금 완화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은 확연히 달랐다. 김 씨는 “많은 대학의 생색내기용 찔끔 인하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10조 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놓고서 ‘등록금 12.5% 인하가 가능하다’는 감사원 발표를 무시하는 대학들의 행태에 대학생이 고통받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이 비대위원은 “적립금별 성격과 대학별 사정이 매우 다른데 일괄적인 적용은 무리”라고 받아쳤다.
김 씨가 다시 “4대강 사업에 22조 원, 부자 감세 등의 조치로 세수가 날아가 반값 등록금을 할 수 있는데도 못한다”고 하자, 이 비대위원은 “4대강은 교육정책이 아닌 데다 일회성 예산이라 꾸준한 예산이 필요한 교육재정과는 다른 문제”라고 반박했다.
시간이 갈수록 공방은 뜨거워졌다. 김 씨가 “제2금융권에서 사채를 빌려 쓰는 친구도 있다”며 “휴학과 복학을 밥 먹듯 하며 신용불량자까지 된 사람을 보면 뭘 위해 학교를 다니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하자, 이 비대위원은 “사채 빌려 쓴다는 친구는 국가 장학금 받을 만한 소득 수준일 테니 장학금을 받으면 될 것”이라며 “부자증세가 좋다면 형편에 따라 등록금 인하 폭을 조정한다는 차등등록금을 더 좋아해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일부 공감하기도 했다. 김 씨가 “정부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자, 이 비대위원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만 본인의 소득수준을 유지하면서 일을 적게 해야 한다는 것은 의문”이라고 답했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 사회자가 마무리 발언을 요구하자 두 토론자 모두 “많은 사람이 와서 놀랐고,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김 씨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지만 너무 아프다”는 말로 마무리하자 이 씨는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감성적인 말보다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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