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비리, 비자금으로 번지나

  • Array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협회 불리한 사실 공개 말라” 횡령 직원에 억대 퇴직위로금체육회, 관련자 수사의뢰 지시

회계 담당 직원의 횡령 및 절도 미수 사건으로 불거진 대한축구협회(회장 조중연) 비리 의혹이 결국 수사기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회계 직원 A 씨가 횡령 비리로 퇴직 처리되는 과정에서 축구협회 협박용 카드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 축구협회의 비자금 조성 여부가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3일 가맹 경기단체인 축구협회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와 조치사항을 발표했다. 대한체육회는 횡령 사실이 드러난 A 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하고 A 씨에게 지급한 퇴직 위로금 1억5000만 원을 환수하라고 축구협회에 지시했다.

또 비리를 저지른 A 씨에게 주지 않아도 될 퇴직 위로금을 지급한 김진국 전 전무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할 것을 지시했다. A 씨는 축구협회 부장급 직원 B 씨가 회계 자료 공개를 여러 차례 요구하자 개인 비리를 공개하겠다며 B 씨를 협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한체육회는 축구협회를 지난달 30일부터 5일 동안 감사했다. 이번 감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에 지시해 이뤄졌다. 축구협회가 2, 3년을 주기로 실시되는 정기 종합감사가 아닌 특정감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축구協 일부임원들 법인카드 편법사용 드러나 ▼

조중연 축구협회장(사진)은 이날 대한체육회의 감사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 결과와 지시사항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국민에게 실망을 준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죄한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의 수사 의뢰 지시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부당한 퇴직 위로금 지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달 27일 물러난 김 전 전무를 고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한체육회와 좀 더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며칠 전까지 부하였던 사람을 내가 직접 고소하는 건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전무를 고소하더라도 축구협회가 고소 주체가 되는 건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축구협회와 A 씨가 작성한 합의서도 공개됐다. 합의서에는 A 씨가 재직 중 알게 된 축구협회의 기밀이나 축구협회에 불리한 사실을 어떤 경우에도 공개하지 않는 대신 축구협회는 A 씨에게 퇴직 위로금을 주고 횡령 등의 비리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도 묻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그동안 이런 내용의 합의서가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축구협회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었다. 축구협회가 횡령 비리를 저지른 직원을 쫓아내면서 거액의 위로금을 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합의서에 포함된 ‘축구협회에 불리한 사실’ 때문이라는 의혹이 많았다. 그런데 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분명하게 얘기한다. 비자금 조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에서 축구협회 일부 임원이 법인카드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것이 드러났고 관련자 진술과 서류 감사에 의존한 대한체육회와 달리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의 강제 처분권한이 있는 검찰이나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비리#축구협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